"발 묶어두고 나 몰라라"…법무부 '깜깜이 출국금지' 칼 댄다
피고인·참고인 가리지 않고 '무제한 출금'
7월 요건·절차 강화한 출금 개편안 발표
- 송송이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 법무부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출국금지 남발' 관행에 메스를 들었다. 피의자와 참고인을 가리지 않고 일단 발을 묶어둔 뒤, 소환조사는커녕 출국금지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자 제도 전반을 손보기로 한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은 지난 12일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이원석 전 검찰총장,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1개월씩 연장했다. 세 사람 모두 2차 연장으로, 총 60일간 해외 출국이 정지됐다.
특검팀은 한 후보를 '대통령실 수원지검 수사개입 의혹'의 피고발인(피의자)으로, 이 전 총장과 송 전 지검장은 '디올백 수사 무마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중이다. 다만 특검팀은 출국금지 4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출국금지는 범죄 혐의가 있거나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는 등 국가 이익과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출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적 조치다. 출입국관리법은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신청 기간을 '6개월 내'로 제한하지만, 연장 횟수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문제는 출국금지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출국금지 신청을 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선 당사자에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 연장 횟수에 제한이 없어 이론적으론 '무제한 출국금지'도 가능하다.
과도한 출국금지 남발 관행은 '특검 정국'과 맞물리며 극대화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5개 특검이 출범했는데, 이 중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서만 852건의 출국금지를 신청해 849건이 인용됐다. 인용률은 무려 99.6%에 달한다.
'쉬운 출금' 문제는 법무부 인력난과도 연관이 깊다. 법무부 내 출국금지 심사 인력은 두 명뿐이다. 전국 수사기관과 조세 당국에서 24시간 쏟아지는 출국금지 신청서를 공무원 2명이 번갈아 심사하는 꼴인데, 내부에선 "출국금지의 적절성을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토로가 나온다.
발만 묶어두고 조사는 한 차례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의해 6개월간 출국금지를 당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사 종료까지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3개월간 출국 금지한 뒤 별도 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결국 대법원이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8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받지 못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022년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성남FC 감사 출신인 백 모 변호사를 출국 금지했는데, 이를 통지하지 않았다. 백 변호사는 같은 해 12월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출국금지 사실을 알았다. 수사기관은 백 변호사의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했지만, 항공편은 이미 떠난 후였다.
백 변호사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출국금지는 적법하지만, 통지 유예는 위법하다"며 백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나아가 대법원은 "출국금지 통지 유예 사유를 도주나 증거 인멸의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7월까지 출국금지 요건과 심사 절차를 강화한 개편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더 깐깐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개편안에는 △피의자·참고인별 출국금지 요건 구분 △수사기관의 구체적 소명 의무화 △출국금지 신청 연장 제한 요건 등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마련 중인 개편안은 국회에 발의된 개정법보다 한발 더 나아갈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참고인들에게까지 출국금지를 이어가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출국금지는 거주 이전의 자유와도 연결되는 만큼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ark83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