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불법 아냐"…"직업 합법화 첫 판결"(종합)

기존 판례 34년 만에 변경…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 앞두고 사법 혼란 방지
박 씨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니란 최초 판결…합법 사업 첫걸음"

박준형 문신사(왼쪽)과 황진섭 법무법인 대련 변호사가 21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받은 뒤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2026.05.21 김종훈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훈 기자 =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1일 나왔다. 내년 10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봤던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문신 업계와 법조계는 "문신 시술이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게 된 최초의 판결"이라며 미용 문신 시술 업계가 향후 건전한 경쟁과 발전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닦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석준 권영준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문신 기술자 박 모 씨와 백 모 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 씨는 2020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서울 용산구 소재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백 씨는 2019년 5월 경기 성남시 한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 문신(레터링)을 시술한 혐의로 각각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이후, 34년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타투유니온이 낸 헌법소원에서는 지난 2023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날 원심을 깨고 문신 기술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통상적인 미용 문신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던 1992년 5월 대법원 판례가 34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미용 문신 행위는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루어진다"며 "문신 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특히 바늘의 침투 깊이를 자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등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고, 보건위생용품의 사용이 일반화된 점, 문신용 염료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한층 강화된 점, 문신은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은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본 1992년 판례에 대해 "(1992년 판결) 이후 의료기술의 발전 및 의료 환경의 변화, 의료 서비스 수요자의 의료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수준과 그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됐다"고 변경 사유를 들었다.

또 "문신 시술을 오직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는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통한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새 법리를 세우면서,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사법적 혼선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하급심마다 유·무죄가 엇갈리고 있는 혼란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 뉴스1과 만나 "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최초의 판결을 받게 됐다"며 "같이 일하는 억울한 (문신 시술 업체) 사장님들, 소상공인들이 속 시원하게 (문신 시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씨를 법률대리한 황진섭 법무법인 대련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규제를 피해 다니기만 하니까 타투 업계가 발전할 기회가 없었다"며 "(문신 시술이)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된 만큼, 양지에서 경쟁하고 (문신 시술) 문화도 더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씨를 함께 대리한 하채은 매일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34년간 유지돼 온 법리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문신 업계가 제도권 안에서 안전기준과 소비자 보호체계를 갖추며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