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장서 일하다 사고…대법 "근로복지공단, 가해자에 구상 못 해"

"근로자 아니어도 현장서 위험 공유…제3자 아냐" 파기자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작업하다 발생한 산업재해라면 가해자가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로 볼 수 없어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 운전자 A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파기자판으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뒤집고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파기자판은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도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스스로 최종 판결하는 절차다.

사건은 2018년 부산 해운대구 한 철거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굴삭기 작업 중 튄 철근이 인근에서 휴식 중이던 근로자를 가격해 중상을 입혔고, 공단은 피해자에게 약 7800만 원의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운전자인 A 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1·2심은 A 씨가 사업주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A 씨에게 1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근로자에게 먼저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이후 사고를 낸 사람이 '제3자'에 해당하면 공단은 피해자 대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해 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제3자 해당 여부는 사업장에서 동일한 위험을 공유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피해 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피해 근로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 씨와 피해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하면서 위험을 공유했고, 그 위험이 현실화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 체계상 같은 사업장 내부의 사고로 평가돼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어 "원심 판단은 전원합의체 판례와 상반된다"면서 공단 청구를 기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