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해병대 수사단 실력 얼마나 된다고 화 내나"…'수사 외압' 부인

특검 "'법불아귀 승불요곡' 고사성어 무색, 수사 방향 개입"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2심 공판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지방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5 ⓒ 뉴스1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이날 공판에서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공소사실을 진술하고, 각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특검팀은 "지휘관이 얼마나 책임질지 수사한 것이 뒤집히고, 기록이 회수되는 등 위법한 일들이 발생했다"며 "그 배경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이라는 고사성어가 무색하게 수사 방향에 개입하는 부당한 지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또 "불리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은폐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총동원됐다"며 "대통령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소임을 다한 해병대 장교에게 돌아온 건 항명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판을 통해 사법 정의가 바로 세워지고 대통령의 불법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희생된 장교와 20살 해병 유족에게 정의로운 판결로서 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격노설은 실체가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전혀 몰라 수사 개입할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직권남용이 성립되려면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속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는 구체적인 사건을 수사할 일반적 직무 권한이 없다"며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권 자체도 없는데 권리행사 방해였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특정인을 비호하거나 진실을 은폐하지 않았다"며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치밀한 법리 적용을 주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이 사건에서 해병대수사단은 수사권만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군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며 "아침 보고를 받은 이유는 군 사망 사건에 관심이 많아 수사를 엄정히 하고, 책임 소재를 반영해 인사 조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 수사단이 정말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사 실력이 얼마나 돼 거기에 대통령이 화를 내겠냐"고 했다.

재판부는 5월 13일 공판을 열어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과 조 전 안보실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025.10.23 ⓒ 뉴스1 구윤성 기자

수사 외압 의혹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해병대가 개입해 수사 결과를 은폐하고 이를 수정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 △국회 설명 및 언론브리핑 취소 △주요 피의자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휴가 처리 및 업무 복귀 등을 지시했다.

또 이 전 장관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사건 이첩을 강행하자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 등을 통해 사건기록 회수,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 집단항명수괴 입건, 수사기록 재검토 등을 지시해 수사 결과를 바꾸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단장은 박 전 단장 항명 혐의 수사 기밀을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수사 과정에서 박 대령에 대해 부당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감금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감금)도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국방부·대통령실 관계자 총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