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소변 내고 풀려난 마약 피의자…대법 "위법수사면 처벌 못해"

1·2심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징역형…대법서 파기환송
"위법 체포·수색…그 상태서 이뤄진 소변 제출 요구도 위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마약 검사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소변을 제출한 피의자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경찰의 체포와 채뇨 요구 자체가 위법한 강제수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24년 6월 필로폰 투약 방조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유치장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을 제출해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같은 유치장에 갇힌 B 씨에게 '소변을 대신 받아주면 밖에 나가서 영치금 200만 원을 넣어주겠다'고 제안하며 이를 건네받고, 자신의 소변인 양 제출해 음성 판정을 받은 뒤 풀려났다.

긴급체포 당시 경기 의정부시 소재의 한 호텔에서 B 씨와 함께 투숙하던 A 씨는 퇴실 직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찰관과 마주쳤다.

경찰은 두 사람이 투숙하던 객실로 이동할 것을 요청한 뒤 B 씨의 가방에서 필로폰·주사기 등을 확인했고, B 씨를 밖으로 호송했다.

남은 A 씨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주먹을 펴지 않자 경찰들은 그의 양팔을 붙잡고 양손에 수갑을 채운 채 주머니, 주먹 등을 수색했지만 마약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들은 객실 내에서 소변검사 등을 요구했으나 A 씨는 이를 계속 거부했고, 1시간가량의 실랑이 끝에 결국 마약 투약 방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재판에서 A 씨는 다른 사람의 소변을 자신의 것처럼 제출한 점은 인정했다. 다만 긴급체포가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그 상태에서 이뤄진 소변검사 역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A 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은 "경찰들이 A 씨의 인적 사항, 투숙 여부 등에 관해 질문해 답변을 들은 것은 적법한 불심검문에 해당한다"며 "A 씨와 함께 호텔 객실로 이동·입실한 것은 A 씨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동의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객실로 이동하기 전에도 A 씨에 대한 긴급체포는 필요한 요건이 모두 갖춰져 적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객실 내부에서 A 씨를 긴급체포한 것은 적법하다고 봐야 하며, 그 이후 이뤄진 소변 제출 요구를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2심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A 씨가 경찰 동행 요구에 응해 객실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B 씨가 체포돼 나간 뒤 경찰관들이 상당 시간에 걸쳐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거부하는 A 씨에게 지속해서 소변 검사를 요구한 행위는 사실상 강제수사로서 위법한 체포·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소변 제출 요구도 위법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경찰의 채뇨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임을 전제로 하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