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토지신탁 수탁자 '책임제한 특약'은 설명의무 대상"

"판단 좌우하는 중요 약관…설명 없으면 책임제한 주장 못 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의 분양계약에서 수탁자 책임을 제한·면제하는 특약은 '중요한 약관'에 해당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 씨가 코리아신탁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서울 금천구 지식산업센터 분양 사업에서 비롯됐다. 수탁사인 코리아신탁은 시행사와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분양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했다.

이때 계약서에는 '수탁자는 신탁재산·계약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고 분양해약금 반환, 입주 지연 시 지체상금 책임 등은 시행사가 진다'는 책임 한정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점포 분양권을 양수한 A 씨는 입주 지연 및 광고 내용과의 불일치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납부금과 위약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입주 지연 뒤에도 코리아신탁의 사용승인·입주 통보로 약정 해제권이 소멸하는지, 책임 한정 특약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였다.

1·2심은 모두 원고 손을 들어줬다.원심은 입주예정일(2022년 7월)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A 씨는 약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봤다. 이후 이뤄진 코리아신탁 측의 사용승인, 입주 통보만으로 약정 해제권이 소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책임 한정 특약에 관해선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봤다. 단순히 계약서 말미의 서명이나 상담확인서 기재만으로는 설명의무 이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코리아신탁이 내세운 책임 제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A 씨의 계약 해제·금전 청구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책임을 신탁재산 범위로 제한·면제하는 특약은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책임 한정 특약은 수탁자의 이행 책임을 신탁재산 한도 내로 제한·면제하는 것으로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 체결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한정 특약이 신탁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거래 경험이 평생 몇 번 되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별도 설명 없이도 책임 한정 특약의 존재·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코리아신탁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