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차례 거부에도 성폭력 무죄"…시민단체, 재판소원 청구
공대위 "헌재, 동의 없는 성폭력 판단 기준 제시해야" 촉구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피해자가 수십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성폭력 사건에 관해 시민단체들이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동의 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이 성적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관련 유사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수십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1·2심에서 이른바 '최협의설'이 적용돼 무죄가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최협의설은 폭행·협박 정도를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수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최협의설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강제추행죄에서는 이를 폐기하는 등 변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 측은 검찰에 상고 요청을 했으나,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오지원 공대위 법률대리인단장은 "청구인은 (사건 당시) 약 1시간 동안 75회 이상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고 녹음 파일 등 명백한 물적 증거가 존재한다"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에서 나온 수십 번의 명확한 거절보다 가해자가 마음대로 추측한 '내심의 의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협의설은 1995년 형법 개정으로 사라진 '정조 관념'에 기초한 낡은 해석"이라며 "이번 판결은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 평등권, 인격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헌재는 헌법상 보장된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침해가 강간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적극적·명시적인 동의 의사로 강간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통일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sae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