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중독자에 41억원대 약물 투여한 강남 의사…징역 4년 확정

"투약 횟수 늘리며 중독 조장"…향정신성 '매매' 혐의는 무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수면·환각 목적으로 수십억 원어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의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의사 A 씨에게 징역 4년·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41억4051만 원을 추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 씨는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미용 시술을 빙자해 수면·환각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021~2024년 총 3703회에 걸쳐 105명을 상대로 41억4051만 원을 받고 프로포폴과 레미마졸람, 미다졸람, 케타민 등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투약 이력을 허위로 보고하거나 누락하고, 에토미데이트와 레미마졸람 등을 혼합해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환자에게는 수면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다졸람이나 케타민을 추가 투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심은 A 씨의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41억4051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원심은 "A 씨는 내원자들의 투약 횟수를 점차 늘리며 프로포폴 중독을 조장했다"며 "이미 심각한 중독 상태에 있던 환자들에게 생일·출소 기념 등 명목으로 무료 투약을 해주기도 했고, 일부 환자의 1일 투약 횟수가 15~20회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다양한 방법으로 마약류 취급 보고 의무를 위반하는 한편 진료기록부를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병원 직원들, A 씨의 장인·아들, 배우자 지인까지 동원했다"며 "인센티브 때문에 A 씨를 강하게 말리지 못했던 직원들까지도 공범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돼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했다는 혐의에 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내원자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해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 과정에서 A 씨가 소유·관리하는 의약품을 투약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검사와 A 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마약류관리법이 '투약'과 '매매'를 별도 행위로 구분하고,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인 의사에게 허용된 행위 유형에 '매매'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의사가 업무 외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여한 경우에는 '투약'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이를 곧바로 '매매'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