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조정식 "수능 문항 거래, 시장가격대로 정당하게 한 것"

첫 공판준비기일…재판부 "예외적 인정 범위 숙고 필요"

스타강사 조정식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채널A 새 예능 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 티처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문항을 부정거래 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영어 '일타강사' 조정식 씨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3일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를 받는 조 씨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조 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조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강의용 교재를 제작하는 업체 소속 A 씨에게 수업에 사용할 영어 문항을 현직 교사에게 받아줄 것을 지시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이에 A 씨는 전·현직 교사 2명에게 영어 문항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총 67회에 걸쳐 8351만 원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에게는 지난 2021년 1월 A 씨에게 "수능 특강 교재 파일이 시중에 안 풀렸는데 현직 교사 B 씨를 통해 미리 받아달라"는 취지로 제안한 혐의(업무상 배임 교사)도 적용됐다. 이에 B 씨는 출판 전이던 '2022학년도 수능 특강 영어독해 연습' 교재 파일을 조 씨와 A 씨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 측은 "시장 가격대로 거래가 이뤄졌고, 청탁금지법상 사적 거래로 정당한 거래에 해당한다"며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 씨와 B 씨 등도 사적 거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에서 명시한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 등'에 대한 해석이 핵심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권원은 어떤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적인 원인이다.

조 씨가 전·현직 교사들이 제작한 문항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결국은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어떻게 봐야 할지의 문제"라며 "일정 범위 내에서 정당한 권원에 대한 수수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인데, 그 범위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 숙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에 의견을 밝히고 가능한 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 입법 과정, 해외 입법례 등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사설학원 카르텔'이라고 하는 사건에서 기소가 안 된 사건의 처분 이유가 '사적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이 입장을 밝혀 심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