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韓 법정 선다…李대통령 인도 요청 20일 만에 송환
필리핀 정부, 박왕열 임시인도…사탕수수밭 살인사건 10년만
李대통령, 필리핀 대통령에 요청…수사당국 인계해 사법 절차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동남아 3대 마약왕', '마약왕 전세계'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마약상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2016년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2022년 필리핀에서 징역 60년형이 확정된 지 4년 만에 고국에서도 심판대에 서게 된 것이다.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필리핀으로부터 박 씨를 임시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임시인도란 범죄인인도 청구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피청구국이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을 중단하고 범죄자를 임시로 인도하는 제도다.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2020년 필리핀 당국에 검거돼 2022년 장기 징역 60년, 단기 징역 52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필리핀 당국은 최종 검거 전에도 박왕열을 두 차례 체포·구금했지만, 그는 빈번히 도주해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은 옥중에도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한국에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씨가 취급한 동남아산 마약류는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 수백억 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교도소에서도 '호화 수감 생활'을 즐겼다는 의혹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간 박왕열의 신병 인도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필리핀 정부가 송환을 보류하면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 박 씨의 임시인도를 요청하면서 물꼬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이달 4일 필리핀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박*열'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임시인도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이 박왕열의 임시인도에 공감대를 갖자, 정부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청·경찰청 등 TF 관계 기관은 즉시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송환 일정을 조율, 약 20여일 만에 박왕열을 임시인도 받게 됐다.
정부는 "박 씨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국내 마약 유통 등 범행을 방치할 경우 사법정의 훼손과 함께 다른 해외교도소 수감자들의 모방범죄가 우려된다고 판단했다"며 신속한 송환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TF는 박왕열의 신병을 수사기관으로 인계하고 한국으로 다량의 마약을 밀수입·유통·판매한 혐의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박왕열과 함께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김모 씨도 베트남에서 검거돼 2022년 7월 국내로 강제 송환, 지난해 징역 25년과 추징금 6억9000만 원이 확정된 바 있다.
정부는 "박 씨가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취득한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TF를 중심으로 국민을 위협하는 마약 등 초국가범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엄단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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