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헌재, 사건 5배 증가 전망…"처리 기간 4~5년 우려"
지난해 전원재판부 사건 처리, 평균 2년 넘겨
"지연된 정의 정의 아냐" vs "점차 사건 줄어들 것"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관보에 게재되면서 재판소원 제도가 12일부터 시행돼 법원의 최종 판단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헌재는 연간 1만 건에서 1만5000 건 정도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사건이 몰리면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최대 4~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12일 이른바 '사법개혁 3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해 공포할 예정이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은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1·2심 등 확정된 판결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헌재 결정에 반한다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등이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달 12일 제도 시행을 기준으로 지난 2월 10일 이후 확정 판결에 관한 재판소원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 '재판 취소' 사건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사건은 물론, 헌재에 접수되는 다른 사건의 처리까지도 오랜 기간이 걸려 오히려 기본권 구제가 늦어질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헌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3111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68.4일(약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전심사 및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되지 않고 전원재판부 심리에 들어간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753.2일(약 2년 1개월)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89.4일(약 1년 7개월)과 비교할 때 4개월이나 늘어난 수치다.
헌재는 스페인 재판소원 비율(약 25%)과 우리 대법원의 상고 비율(약 30%) 및 연간 사건처리 건수(약 4만 5000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헌재에 접수되는 재판소원 사건이 연간 1만~1만 5000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접수 사건 수가 309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판소원 사건만 최소 3배에서 많게는 5배가량 많아지는 셈이다.
아직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 전인데도 올해 헌재에 청구된 '재판취소' 사건 건수는 작년에 접수된 사건 건수보다 많은 상황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364건으로, 지난해 332건보다 많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올해 접수 건수 중 A 씨가 신청한 312건을 제외하면 50여 건이 접수됐다.
사건 심리를 보좌하는 헌법연구관 등 필요인력이 제도 시행과 함께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장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사건 처리 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헌재에서 법관 자격을 갖춘 헌법연구관 수는 법관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 소지로 넓게 해석할 경우 87명이고, 법원조직법 제42조에 따른 판사 임용자격으로 좁게 해석할 경우 64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그동안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론을 받은 당사자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상소율이 상당히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재판소원 도입 이후 헌재 접수 건수가 3~5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국민 기본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대로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현재 헌재 인력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8명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를 2개 두고 있어 업무처리 속도가 2배 늘었다"며 "지금 상태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소송 지연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신속한 결론은 매우 중요한데, 지금 상황으로는 (결론까지) 4~5년 되는 사건도 나올 것"이라며 "(재판소원 제도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때 결론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안내를 가장 먼저 하고 있는데, 재판소원 제도 시행으로 사건이 몰리게 되면 몇 배로 늦어지지 않겠냐"며 "빠른 구제를 받지 못해 오히려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반면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개인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지 않아서 불복해 대법원까지 상고하게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사실심(1, 2심)에서 충실하게 당사자 말을 들어줬다면 당연히 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초반에는 사건이 몰릴 수 있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점차 (접수 사건) 숫자가 줄어들 것이고, 인용률이 0.1%가 안 된다고 하면 당사자들도 무리한 수를 쓸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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