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통화 유출' 강효상, 유죄 확정…헌법소원 심판 청구(종합)

트럼프 방한 관련 한미 정상 통화 내용 누설 혐의
姜 "'외교 기밀'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 위헌"

강효상 전 국회의원. 2022.7.1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서한샘 기자 = 한미 정상 간 통화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강효상 전 국회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유죄가 확정됐다. 강 전 의원은 자신에게 적용된 형법상 외교 기밀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외교상 기밀 누설·탐지·수집 혐의를 받는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A 씨도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형이 확정됐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9일 A 씨와 통화하던 중 외교상 기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관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탐지·수집한 뒤, 기자회견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을 방문한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외교부는 강 전 의원과 A 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A 씨는 파면됐다.

재판 과정에서 강 전 의원은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행위로 면책특권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외교상 기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누설 고의·목적이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강 전 의원이 누설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형식적·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외교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강 전 의원은 A 씨에게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처럼 말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취득했다"며 "오랜 기간 언론에 종사한 국회의원으로서 통화 내용이 외교상 기밀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만한 경력과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면책 특권 주장에 관해선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하고 페이스북과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보도자료로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수행하는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9일 이러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강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 지난달 27일 형법 제113조 제2항 중 '외교상의 기밀'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신청했다.

이 조항에서는 누설할 목적으로 외교상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형법 113조의 외교 기밀은 그 범위와 내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그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밀 지정권자의 자의적인 지정에 따라 그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위험성이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일반인의 알 권리, 언론의 자유에 비춰볼 때 위헌성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 전 의원의 대리인으로는 김능환 전 대법관과 윤용섭, 문일봉, 서형석, 김상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강 전 의원 사건은 12일부터 시행되는 재판소원 적용 대상은 아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