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샤넬백인데…김건희는 무죄, 건진법사는 유죄

당선인때 받은 802만원 샤넬백 두고 엇갈린 판결
"당선 축하, 청탁 없어" 무죄 vs "묵시적 청탁" 유죄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각종 청탁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1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2025.8.21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이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 2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1개를 전달했고, 이들 금품이 통일교 사업과 관련한 청탁 대가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앞서 김 여사 1심 재판부의 판단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여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샤넬 가방 2개 중 첫 번째 가방에 대해서는 청탁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전 씨 사건 재판부는 같은 가방에 대해 '묵시적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같은 혐의를 두고 재판부 판단의 엇갈리면서, 항소심에서는 이 부분을 둘러싼 김 여사와 특검 측의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1심 재판부 "첫 샤넬 가방, 당선 축하만 있고 청탁 없어" 무죄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 씨와 공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22년 4월 7일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같은 해 7월 5일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7월29일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등 혐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 중 두 번째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부분만 유죄로 인정하고 첫 번째로 받은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여사가 첫 번째 샤넬 가방을 받을 당시에는 통일교 측과 의례적인 수준의 당선 축하 인사만 오갔고, 청탁은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22년 3월 30일경 윤 전 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 전 본부장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라며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고, 그때부터 4월 7일 가방을 수수할 당시까지도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어 이를 전제로 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김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를 일부만 유죄로 판단해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전성배 1심 재판부 "가방 받을 당시 당선인 지위…묵시적 청탁 대가" 유죄

그러나 알선수재 범행의 공범인 전 씨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이 부분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첫 번째 샤넬 가방에 대해서도 청탁성을 인정한 것이다.

형사합의33부는 첫 샤넬 가방이 통일교 추진 사업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협력을 구하기 위한 '묵시적 청탁의 대가'라고 보고 전 씨의 알선수재 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22년 4월 20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유엔(국제연합 사무국 유치를 원한다는 문자를 받기 전에는 명시적 청탁을 받았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김 여사도 이를 알고 있었던 점, 당선 과정에서의 기여를 인정받아 윤 전 본부장이 3월 22일 윤 전 대통령과 1시간 동안 독대하며 통일교 사업을 설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여사가 4월 7일 첫 샤넬 가방을 받기 전부터 이미 통일교가 대선 지원 대가로 정부 차원의 보상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10일 시작됐으나, 김 여사가 금품을 교부받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지위에 있었고 청탁이 사전에 존재하기만 하면 알선행위는 장래에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므로 대통령 취임 전에 금품 수수가 이루어졌더라도 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첫 번째 샤넬 가방이 형식적으로 '취임 기념 선물' 명목으로 교부됐더라도, 802만 원 상당 선물이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선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22년 4월 초 무렵에는 대통령 당선인의 대규모 인사 임명도 준비 중이었고 전 씨도 직접 김 여사에게 각종 인사 청탁을 하고 있었으므로, 김 여사가 전 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받은 첫 번째 샤넬 가방이 청탁을 예정하지 않은 의례적인 선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청탁' 두고 엇갈린 판단…항소심 최대 쟁점 부상 전망

김 여사의 재판은 특검과 김 여사 측 쌍방이 항소하면서 현재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원익선 신종오 성언주)에 계류 중이다.

김 여사 측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목걸이 수수는 부인하고 있다.

또 청탁은 통일교의 실질적 이익과 무관한 추상적 비전 제시에 불과하고, 이를 청탁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알선의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검 측은 "3차례 금품 수수 중 1차 수수에 청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며 "통일교가 4월 7일 명품 가방을 제공한 것은, 당시 청탁이 없더라도 향후 정책 청탁을 염두에 둔 행위였으며, 피고인도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1심에서 법리 해석이 엇갈린 만큼, 항소심에서는 '묵시적 청탁'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날 선고 후 "금일 선고된 전 씨에 대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알선수재죄에 대해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대통령 취임전 수수한 '샤넬백'에 대해서도 통일교와 김건희씨 사이에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며 "특검은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것에 주목하며, 김 씨의 항소심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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