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수 검사→초고속 대통령→무기징역 내란범…尹 굴곡진 인생(종합)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장 발탁, 대선 가도 발판
추미애 갈등, 野 대선후보 급상승…당선 후 파격 행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9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눈길을 끌고 있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대통령 임기 2년 반 만에 돌연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헌정사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형 선고를 피한 그의 굴곡진 인생을 돌아봤다.

"사람에게 충성 안 해" 강골검사…文정부서 검사장 파격 승진

술 먹고 사람 챙기는 것을 유독 좋아해 9수 끝에 임용된 늦깎이 검사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하면서다. 당시 그는 국가정보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법무부·검찰 수뇌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를 강행해 업무에서 배제됐다.

같은 해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는 국정원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같은 해 11월 9일 수사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그는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 2016년 1월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돼 지방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윤석열 수사팀장이 17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17.1.17 ⓒ 뉴스1 박정호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윤 전 대통령 대선 가도의 발판이 됐다. 2016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는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 중이던 그를 수사팀장으로 발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삼성 수사를 맡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하는 등 특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국민 검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당시 청와대는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직급을 낮췄다. 차장 검사급이던 윤 전 대통령을 임명하기 위해서다.

윤 전 대통령은 파격 인사에 발맞춰 보수정권과 대기업 등 권력을 겨냥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우리 윤 총장'으로 불리며 무한 신뢰를 받았다. 그러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과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윤 전 대통령은 또다시 2년 만에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면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잘 나가던 윤 전 대통령도 일생일대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9년 8월 27일 검찰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에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秋-尹 갈등, 야권 대선주자 급부상…당선 이후 파격 행보

후임 추미애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 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 조직을 뒤흔들었다. 급기야 2020년 10월 윤 전 대통령 아내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사건 등 4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와 감독을 완전히 배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같은 해 11월 24일 징계를 청구했고 그해 12월 16일 윤 전 대통령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추 장관과 갈등이 노골화될수록 야권에서는 대선주자로 추대하기 시작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검찰총장을 지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정치 신인이던 그는 5개월 뒤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다수의 보수 잠룡을 꺾고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초접전 끝에 승리했다. 정계 입문 9개월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르게 대통령직에 올랐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역대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를 두고 용산에 대통령실을 이전했다. 호형호제하던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조기 후계 구도를 만들었다. 이준석 당대표를 밀어내고 '친윤' 김기현 당대표 체제하에 여의도 직할 체제를 만들어 보수 분열을 야기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하자 윤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국회 법안에 대해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 의정 갈등, 김 여사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2024년 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참패했고 그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윤 전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로 탄핵당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에서 구형량과 같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다수의 사람을 관여시켰다"며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 사건 재판 진행 과정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고 실제 폭력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