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고문 계약으로 억대 금품 약속…전직 세무서장 집행유예

2심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고문료 형식의 후원 금전 인식"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2026.1.19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퇴직 직전 관내 업체 관계자들과 무더기 고문 계약을 요구하면서 억대 고문료를 약속한 혐의를 받는 전직 세무서장들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김지선 소병진 김용중)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종로세무서장 A·B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후임 종로세무서장인 A·B 씨는 세무서장 퇴직 직전 관내 10여 개 업체들에 고문 계약을 요구·약속하면서 각각 총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문료를 지급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1심은 "관내 업체 대표자 등과 구두로 세무 관련 고문료 명목으로 적어도 1년간 매월 55만 원 이상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확정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지급받기로 한 금원이 청탁금지법상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렴다"면서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범행으로 지급받기로 약속한 금원이 각 1억 5000만 원이 넘는 고액"이라면서 "고문료 명목 금원 지급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수수한 금원이 반환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30년 이상 공직자로서 성실하게 근무해 왔고, 종전 관행에 따라 고문료 명목 금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B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2심은 우선 퇴직 전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것은 물론, 금품을 받는 것 외에 '요구', '약속'도 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심은 "업무 내용이 포괄적이거나 계약 체결 경위, 세무 상담·자문을 받은 자료를 문서로 남기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B 씨는 '세무 자문'을 수행하기보다는 고문 보수, 고문료 형태로 금전을 지급받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업체는 A·B 씨의 세무 업무 지식·능력을 검증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A·B 씨도 업체별 자문·고문 필요성, 수요, 적정 고문료에 대해 특별한 고민 없이 종전 관행에 따라 고문 보수를 요구·약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고문료 형식으로 후원 성격의 금전을 지급받음을 인식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