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좋아해" 하급자에 고백공격 군법무관…법원 "성희롱 감봉 정당"

법원 "성고충심의위 의결, 징계 필수 전제 아냐…방어권 보장"

서울행정·가정법원. /ⓒ 뉴스1 DB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하급 여성 장교에게 연애 감정을 표시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성희롱으로 인정돼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공군 장교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공군 군법무관 A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군 본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지난 2023년 두 차례 회의를 열고 A 씨가 하급 여성 장교 B 씨를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으로 성적 불쾌감·모욕감을 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감찰 조사 문답서에는 A 씨가 B 씨에게 'OO는 보석이야, 내가 많이 좋아해', '2017년부터 좋아했는데 당시 막 이혼했고 아이도 있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까 봐 일부러 더 무뚝뚝하게 굴었다', '처음에는 한두 시간 정도 괴로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게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어서 너무 힘들었다' 등 고백한 내용이 담겨있다.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징계 사유를 인정해 이듬해 7월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을 했다. A 씨는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국방부 항고심사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이후 소송을 제기한 A 씨는 국방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없이 징계위원회에서 처분을 해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 절차 당시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며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했다.

징계 혐의에 관해서도 'B 씨가 먼저 호감을 표시하자 선을 긋고 거리를 두자고 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에 앞서 성고충심의위의 심의·의결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징계 절차에서 관계 법령이 정한 방어권을 보장받았다고 보고 절차 위법 주장을 배척했다.

징계사유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징계 사유의 경위·내용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당시 상황, B 씨 반응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는 B 씨가 먼저 지속해서 호감을 표시해 거리를 두자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녹음파일에 의하면 A 씨는 지속해서 호감을 표시하는 반면, 피해자는 당황하면서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사유는 기혼자이자 상급자인 A 씨가 하급자인 B 씨에게 연애 감정을 표시하고 만나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B 씨 입장에서는 혐오스럽고 모욕적일 수 있는 내용"이라며 "B 씨가 허위로 A 씨를 음해할 동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징계 수위는 지나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위는 행위 태양·정도가 심하지 않고 부적절한 이성 관계를 요구했으나 실제 관계 형성에 이르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 사유로, 피해자가 같은 병과 하급자인 여군인 점과 군법무관인 A 씨가 군 법무 조직 운영·신뢰 확립에 누를 끼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며 "징계양정은 사유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