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혁 前감찰관 "박성재 법무부 회의, '계엄 후속조치' 논의로 인식"

"계엄 선포될 상황 전혀 아냐…尹 얼굴 보기 싫을 정도로 화나"
이진관 부장판사 "계엄 반대 맞나" 수차례 질문…朴 "만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하고 김건희 여사의 수사 관련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9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체의 명령·지시를 거부하며 사직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9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소집한 법무부 비상 간부 회의에서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류 전 감찰관은 또 "계엄이 선포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표정도 보기 싫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장관의 2차 공판을 열고 류 전 감찰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류 전 감찰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명령·지시를 거부하며 사직한 인물이다.

류 전 감찰관은 "전혀 계엄이 선포될 만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았고 깜짝 놀랐다"며 "제가 알고 있는 법 상식으로는 계엄이 납득되지 않았고, 이 사람(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표정도 보기 싫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심정을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류 전 감찰관은 박 전 장관의 소집으로 법무부 비상 간부 회의에 참석했다.

류 전 감찰관은 "처음에는 이 연락을 받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잠자서 안 나갔다고 할까 생각도 했다"면서 "최소한 제 의사를 표현하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다. 가는 도중에 '이제 그만 둘 때가 됐구나' 확실하게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회의실에 도착한 류 전 감찰관은 박 전 장관을 향해 "장관님 이게 계엄 관련 회의이면 명령이나 일체 지시를 내려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박 전 장관은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길로 회의실을 떠난 류 전 감찰관은 장관 비서실에서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류 전 감찰관은 사직서를 작성한 뒤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 박 전 장관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또는 교정본부장과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전공의 처단', '체포 ·구금' 등 내용이 담긴 포고령에 관한 논의가 나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특검팀이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류 전 감찰관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누군가가 회의를 장악하고 있었으니 한 명도 못 나오는 것 아닌가. 직접적으로 말은 못 했지만 '계속 회의할 거냐'는 의미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며 "수십 년이 지나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말을 못 한 게 장관에게 미안한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장관이) 용산에서 (지시를) 끊고 들어와야지, 거기 앉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라며 "저라면 창피해서 회의 주재 못한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 2021.4.27 ⓒ 뉴스1 조태형 기자

한편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장관에 대해 "12·3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맞느냐"고 여러 차례 질문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계엄 문제를 얘기하면서 말씀드렸다. 대접견실에서도 제 행동을 폐쇄회로(CC)TV로 봤더니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 행동으로 만류하는 모습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한 이유를 묻자,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률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했다. 너무 당황해서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췄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2024년 비상계엄 선포 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법무부 출입국본부 출국 금지팀에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고 합동수사본부로의 검사 파견 검토와 교정시설 수용 공간 확보 지시 등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여사로부터 2024년 5월 자신의 수사 상황을 묻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담당 부서의 실무진에게 이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보고받는 등 부적절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혐의도 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