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계신 아빠 말 대로"…檢, 로맨스·투자사기 조직원 11명 구속

캄보디아 포이펫 거점으로 활동한 조직원 총 20명 적발
재력과 미모 겸비한 여성 행세하며 'SPACE X' 가짜앱으로 투자 사기

동부지검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요론식으로 아빠가 (투자)정보를 주셩.그럼 난 이거 친구들한테도 알려주고 같이 (주식을) 사는고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엘리트 재력가 집안의 딸 행세를 하며 로맨스·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중 11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보성·합수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활동하며 약 19억3000만 원을 편취한 중국인 총책의 범죄단체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합수단은 국정원으로부터 제공받은 범죄정보를 토대로 검·경·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함께 지난 4월 합동수사에 착수해 8개월간 집중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 입건된 조직원은 총 20명이다. 합수단은 이 중 11명을 구속 기소했으며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소된 조직원 13명은 △한국에서 조직원을 공급하는 유인책 '에이전시' △현지 조직원 관리책 △통역인 △피해자 기망역인 상담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직원들은 로맨스 스캠과 투자사기를 결합한 방법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저질렀다.

특히 피해자를 기망하는 역할의 '채터'들은 재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이라는 설정하에 치밀하게 사기 대본을 준비했다.

로맨스+투자사기에 가담한 조직원이 '아빠와 나눈 대화'라며 피해자에게 제시한 대화 화면. 남성 조직원은 재력가 딸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특별히 투자 정보를 주는 것처럼 접근했다. (동부지검 제공)

합수단이 공개한 실제 채팅 내용을 보면 조직원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딸' 행세를 했다. 채터는 "그냥 한국 돈 이체하면 달러로 바꿔줌! 다 알려줄겡"이라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와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 조직원들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우주개발기업 'SPACE X(스페이스 엑스)'에 투자해 최대 99%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환심을 샀다. 미리 만들어둔 가짜 SPACE X 앱을 설치해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 가짜 앱에 투자한 돈은 고스란히 범죄단체로 흘러 들어갔고 테더코인이나 달러로 조직원들에게 지급됐다.

투자사기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이 유인책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갈무리. 합수단은 이 대화를 범죄행위임을 알고 출국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동부지검 제공)

이번에 적발된 범죄단체 조직원들은 고의로 범죄에 가담했다.

합수단에 붙잡힌 채터들은 대부분 "취업 사기에 속아 태국으로 출국했고 캄보디아에서 감금·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변명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들은 한국인을 현지로 공급하는 유인책과 사전에 텔레그램 등으로 활동 지역·역할 등을 확인한 후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성공 시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받고자 요령을 공유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기에 개입했다.

한편 합수단은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확정적 고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준비된 대본과 가짜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철저히 기망해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단 1명의 가담자도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검거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