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1000회 제공해 8억 챙긴 의사 구속기소…피해자 극단선택까지

서울중앙지검, 2025년 의료용 마약범죄 단속 결과 발표

다이어트약 중독자가 진료 없이 다른 사람 명의로 2명분 다이어트약을 달라고 수신호로 요청하는 장면(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의사 A 씨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중독자 62명에게 989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제공해 주고 8억 원을 챙겼다.

중독자 7명은 젊은 나이임에도 대부분 우울증이 심화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른 중독자들도 더욱 심한 우울증과 합병증을 앓으면서 마약류 구매에 재산을 탕진하게 됐다.

프로포폴 상위 처방 병원 분석과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덜미를 잡은 검찰은 A 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의료용 마약범죄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수년간 '롤스로이스 약물 운전 사건', '프로야구선수 졸피뎀 투약 사건'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과 이에 따른 2차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태순)는 지난해부터 '의료용 마약 전문 수사팀'을 편성해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5년 한 해 동안 의사 3명, 약사 1명, 유통 사범 17명, 투약 사범 20명 등 총 41명을 입건해 그중 6명을 구속기소하고 1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전문적 판별을 통해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13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주요 단속 사례로는 의사 B 씨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ADHD 치료제), 펜디메트라진(다이어트약) 등 마약류 2만여 정을 타인 명의로 처방한 사례가 있다.

의사 C 씨는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준 후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고 심지어 프로포폴 투약 후 정신을 잃은 여성 피해자를 간음까지 하기도 했다.

또한 의약품 도매업자 등이 가짜 피부과 의원을 차리고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 수출한 것처럼 신고해 빼돌린 뒤 의료장비 없이 출장 주사해 8개월간 10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취득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1월 의료용 마약 전문 수사팀을 기존 1개 팀에서 2개 팀으로 확대·개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유통 범죄를 엄단하고 오남용 투약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