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은폐 의혹' 文안보라인 전원 무죄…"위법 증거 부족"(종합)
法 "제한 정보로 판단 노력…형사책임시 사후 책임 피하기 위해 주저"
서훈 "공공기관 종사하는 사람들 위축"…박지원 "검찰 개혁 노력"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6일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와 내용적인 면에서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대준 씨에 대한 실종 보고, 피격·소각 사실 보고 및 전파,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등의 대응, 해경의 수사 진행 및 수사 결과 발표 등에 있어 절차를 위반하는 등 하자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언론 등 대외적 발표를 할 때도 이런 절차를 통해 내려진 판단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애쓴 것으로 보일 뿐, 실제 내려진 판단과 다른 내용으로 발표하는 등 내용에 있어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의 피격·소각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명확하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며 "검사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이 이 씨를 월북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나 비판을 가할 수는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들이 의혹을 갖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판단과 근거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모르겠다' '알 수 없다'고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라며 "제한된 정보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그 결론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해 국가 당국 책임자들의 판단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격·소각 사실 자체를 확정하기 위해 추가로 첩보를 분석·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는 바람에 이른 시일 안에 이 씨가 실종된 경위 자체에 대한 판단과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어떠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해당 판단에 이르게 됐고,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섣불리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당국, 특히 책임자들은 판단의 적정성 못지않게 적시성, 신속성이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사후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저하거나 미루는 태도를 보이게 되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더 큰 무형적 피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판결은 이 씨가 월북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을 형사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선고 직후 서 전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일로 인해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며 "정책적인 판단의 문제를 형사 법정으로 가져오는 것은 이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이러한 정치 검찰, 국정원이 되지 않기 위해 개혁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에 의문점이 들고 황당무계한 판결문이었다"며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 어떻게 싸워야 할지 변호사, 여러 전문가들과 종합적 판단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사건을 왜곡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2년 12월 서 전 실장을 비롯해 당시 안보라인이었던 박 의원, 서욱 전 장관, 김 전 청장, 노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씨를 구조해야 할 최고책임자였던 서 전 실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당시 대통령의 '남북 화해 및 종전선언' 촉구 화상 연설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고자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자진 월북' 인식을 주기 위해 "신발만 벗어놓은 채 북한에서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 내용이 담긴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검찰은 사건 직후 일부 비서관들이 "국민에게 피격 사실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반대했지만, 서 전 실장이 이를 무시한 정황을 파악했다.
앞서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에게 징역 3년, 김 전 청장에게 징역 3년, 노 전 실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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