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회의에 맡긴 '내란전담부'…與 재수정안, 위헌 논란 잠재우나

판사 추천 방식 손질한 재수정안…'사무분담위·판사회의' 추가
쟁점은 '무작위 배당 방식'…위헌 논란 최소화했으나 불씨 여전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위해 헌법학 책을 놓고 대기하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정윤미 송송이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소지가 제기된 판사 추천 방식을 수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위헌성 여부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무작위 배당 방식'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수정안에는 무작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확인되지만 무작위 배당 원칙을 충족하지 않아 위헌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무작위 배당은 사건을 컴퓨터로 무작위로 배당해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 재판의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 취지다.

다만 전담재판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무작위 배당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이번 수정안을 통해 '외부의 개입'을 차단해 위헌 논란을 사실상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천위 삭제하고 법원 사무분담위·판사회의 의결 추가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재수정안은 위헌 소지가 제기된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를 삭제하고, 법원 사무분담위원회-판사회의 의결로 재판부를 꾸리도록 하는 게 골자다.

수정 전에는 대법원장이 추천위 추천에 따라 재판장과 판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반면 재수정안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명 이상을 '판사회의(기준 마련)-사무분담위-판사회의(의결)' 절차를 밟아 임명하도록 했다.

기존 안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과정에서 '외부의 관여'를 허용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요컨대 추천위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법부무 장관과 헌재 사무처장 등 법원 외부 인사의 참여가 위헌 논란을 부른 셈이다.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 평등권 등을 보장한 헌법 다수의 조항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설치해야 하는데 내란전담재판부는 그렇지 않아 위헌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구체적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27조 제1항(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01조 제3항(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제110조 제1항(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 등을 고려하면 '추천위 추천'이 골자로 반영된 민주당의 기존 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미였다.

무작위성 확보하려했으나 무작위 배당은 아니다

민주당이 수정안에서 추천위를 삭제하고 대신 '법원 사무분담위원회-판사회의 의결'을 추가한 것은 위헌성을 지적하는 법조계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이다.

여기서 법원 사무분담위원회(사무분담위)는 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 제4조에 따라 일선 판사 등 법관들이 업무와 재판부 구성을 논의하는 기구다.

'사무분담'이란 일선 판사들을 영장전담·형사부·민사부·행정부 등 분야별 재판에 배치하는 것이다.

판사회의는 법원조직법 제9조 2항에 따라 각급 법원에 두는 사법행정 자문기관으로, 오로지 각급 법원에 소속된 판사로 이뤄진다.

법관들은 판사회의를 통해 법원 운영에 관한 내규 제정 및 개정, 대법원 규칙 제정, 사법부 운영에 관해 대법원에 건의할 사항 등을 논의한다.

사무분담위와 판사회의 모두 정치색이 있는 기구 또는 기관이 아니라는 평가다.

요컨대 민주당의 수정안은 서울중앙지법·고등법원 판사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수와 소속 판사 요건 등을 마련하면 법원 내 '사무분담위'가 판사회의에 보고한 뒤 의결을 거쳐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후 해당 법원 법원장이 사무분담에 따라 판사를 보임한다. 전담재판부를 복수로 구성하도록 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길을 열어둔 것도 특징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의 한 로스쿨 교수는 "민주당의 내란전담부 재수정안은 문제가 없다. 위헌이라 할 수 없다"며 "무작위 배당을 고집할 것이면 전담재판부를 왜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독일 연방법도 국사범을 전담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조문으로 명시하는데, 꼭 법원조직법에 근거해 재판부와 사건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담재판부 구성을 법원의 원칙인 '무작위 배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문기관인 판사회의가 주도하는 데다 무작위성이 떨어지는 의도적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여를 배제하고 사실상 판사회의에 재판부 결정권을 준 것이라 적절성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22일 행정 예고한 내란전담재판부 예규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내란전담부 수정안 사이 간극은 크게 좁혀졌으나 대법원의 내란재판부는 '무작위 배당 원칙'이 고수돼 핵심적인 차이가 남아 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정안이) 사법부 독립에 대한 위헌성은 다소 덜어냈을지 모르겠지만,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여전히 침해된다는 점과 특별법원이 헌법에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