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 떼라" 법원 결정에도…새 현수막 또 걸었다면 "두 번 처벌"

檢 추가 기소…1·2심 "앞선 범죄와 포괄일죄…공소장 변경했어야"
대법 "법원 가처분 결정 제재 회피 위한 것…별도 추가기소 정당"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법원 결정에 잠시 현수막을 떼었다가 새 현수막을 다시 걸었다면, 앞선 불법 현수막 게재 행위와 별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 및 옥외광고물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한 1,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A 씨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B 회사 사옥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한 현수막을 걸어 B사 명예를 훼손하고, 금지된 장소에 광고물을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A 씨는 B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재했는데, B사가 법원에 낸 현수막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기존 현수막을 철거한 뒤 다시 새로운 현수막을 걸어 기소가 된 것이다.

앞서 이뤄진 불법 현수막 게재 혐의 사건은 하급심에서 유죄가 인정됐고, 추가 기소가 이뤄진 뒤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1, 2심은 검찰의 추가 공소제기를 기각했다. A 씨가 이미 B사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추가 기소된 사건이 앞선 사건과 이어지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검찰이 별도 기소를 할 것이 아니라 앞선 사건에서 공소장을 변경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괄일죄란 여러 다른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하나의 죄를 구성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두 사건이 포괄일죄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A 씨가 법원의 가처분 금지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다소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선행 사건과 이 사건 사이에는 범의의 갱신이 있었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건을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