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尹, 비상계엄 돌이킬 수 없다고 해"…추경호는 증언 거부(종합)

한덕수 재판 증인 출석…최상목 "韓 반대표시 했는지 기억 안 나"
추경호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 청구돼…일체 증언 거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5.4.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렸지만 윤 전 대통령이 '준비가 다 되어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라며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최 전 부총리와 추 전 대표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전 부총리는 오전에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처음에 비상계엄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고, 상상 못 할 상황이니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안된다. 절대로 안 됩니다. 다시 생각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최 전 부총리는 "특별히 반응은 안 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 전 부총리는 "저 당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당시 한 전 총리가 '넋이 나간 표정 같았다'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이야기를 한 후 집무실로 들어가자, 최 전 부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따라가는 상황을 제시했다. 최 전 부총리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좀 들어가서 (비상계엄 선포를) 더 만류해 보라는 분위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직접 들어가겠다고 한 것인지, 한 전 총리가 시켜서 들어간 것인지를 특검팀이 묻자, 최 전 부총리는 "제가 들어가겠다고 해서 들어간 것은 맞고, 그때 (한 전) 총리가 들어가서 말씀해 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최 전 부총리는 집무실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절대 안 된다. 우리나라 대외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거다. 준비가 다 되어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이날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너는 예스(Yes)맨이니 노(No)라고 안 했겠지'라고 말했느냐"고 물었다.

최 전 부총리는 이에 "비슷한 얘기는 했을 것"이라며 "같이 더 만류해야 하는 상황에서 격앙돼 조금 강하게 쓴소리하는 과정이었다"고 답했다.

다만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부총리는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면서 제 기억하고 다른 부분이 많아서 좀 당황스러웠다"며 "그날 상황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이다 보니 파편적 기억이 남아있고 제 기억이 온전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가 국가비상입법 기구 관련 예산 편성, 계엄 예비비 확보 등 내용이 담긴 문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자, 재판부는 "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전 총리는 "예비비나 보조금은 확보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산 프로세스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지금은 재판장님처럼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계엄을 수용할 수 없었고 계엄이 한국의 신인도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을까. 그 부분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429-1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추 전 대표는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라며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추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해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상황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추 전 대표는 재판부에 "저의 대학 시절, 그리고 2024년 5월 원내대표 취임 시점 이후 계엄 해제 의결 이후까지 영장(청구서)에 기재돼 있다"며 "관련 시기가 매우 포괄적으로 적시돼 있어 어떤 사항들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일체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추 전 대표는 이어진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 관련 규정에 따라 증언 거부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 증언 거부를 허용했다"며 "특히 27일에 체포동의안 결의가 있는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증언 거부는 권리지만 증인은 부총리, 원내대표도 하셨고 그런 것을 떠나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느냐"고 말했다.

이에 추 전 대표는 "재판장님께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모두에 말씀드린 취지로 거부하게 됐음을 양해해달라"고 답했고, 증인신문은 종료됐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최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