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 침묵' 노만석, 고심 길어지나…소용돌이치는 檢

노만석, 연가 뒤 출근…사퇴 압박 질문에 묵묵부답
내부 반발에 사퇴 고심…檢 폐지 앞두고 지도부 공백 우려도

'대장동 항소 포기'로 검찰 내부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황두현 기자 =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검찰 내부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오전 하루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으나 최대 관심사였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 일각에선 지휘부 공백 우려가 나오는 데다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휩싸인 법무부에서 '사퇴는 안 된다'는 시각이 있어 노 대행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용퇴 요구 나오는데 입장 있나', '이진수 차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에 대한 언급을 들은 적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노 대행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검찰 내부에서 불거지자 전날 하루 연가를 사용한 뒤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 대행은 칩거하며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일선 검사장에 이어 대검 부장(검사장) 등 참모진, 중간 간부, 평검사들까지 항소 포기 경위 설명과 용퇴를 요구하자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가를 냈다.

특히 노 대행이 이들과의 면담에서 '법무부, 용산(대통령실)과의 관계를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 대행 책임론'이 거세게 증폭했다.

노 대행이 검찰개혁 등 주요 과제를 앞두고 지나치게 정무적인 판단을 하다가 수사 관행과 원칙에 어긋나는 항소 포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노 대행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검찰 내 일부 간부 등은 지휘부 공백을 우려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장 공백이 이어진 상황에서 대행마저 공석이 되면 검찰개혁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노 대행이 휴가 쓰기 전 거취 고민이 많다고 했다"며 "한 개인으로서 결단을 내리고 싶겠지만 총장까지 없는 마당에 대행까지 없으면 안 된다며 실제로 만류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 검사장은 "항소 포기 지시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다"며 "검찰개혁 등을 거론하는 건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압 의혹 한복판에 있는 법무부에서도 '사퇴할 일이 아니다'며 노 대행 방어에 나선 모양새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지난 1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장동 수사·재판은 성공했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사퇴할 일이 아닌데 노 대행이 왜 사퇴하느냐. 장관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행이 거취와 관련해 고심을 거듭하는 동안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애초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장 제출 마감 시한이 지난 7일 직후만 해도 대장동 수사·공판팀이 대검 지휘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과 협의했다는 노 대행의 입장과 달리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대검과 의견이 달랐다"고 반박성 입장을 낸 후 진실 공방으로 치달았다.

이에 더해 대검 지도부가 '항소 금지' 지시 사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지난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히 판단하라고 했다'고 밝혀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정 장관에 이어 이진수 법무부 차관까지 외압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소속 과장(일선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진수 차관과 항소 여부를 논의했는데 이 차관으로부터 검찰 스스로 항소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차관은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