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지청장 이어 연수원 교수도 노만석에 "항소포기 설명해야"(종합3보)
대검 참모·연구관에 일선 검사들 반발 확산…"경위·근거 말해달라"
"수천억 원 범죄수익 환수 불가, 정의 실현 축 무너져"…檢 내부 분열
- 황두현 기자,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정재민 기자 = 전국 검사장들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에 대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을 향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선 지청장들과 신임 검사를 교육하는 법무연수원 교수들까지 지휘부를 향해 입장을 요구하면서 검찰 내부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18명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지난 8일 해당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검사장들은 "대장동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한 다음 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으나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하여 최종적으로 수사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하였으며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썼다.
그러면서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총장 대행의 핵심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도 오전 회의에서 노 대행에게 구도로 용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어 평검사들로 구성된 대검 연구관들도 거취를 표명 등 합당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오전 11시 54분쯤에는 하담미 안양지청장, 임일수 성남지청장, 이동균 안산지청장 등 차치지청(차장검사가 있는 지청) 8곳의 지청장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요청드립니다'는 글을 올렸다.
지청장들은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노 대행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설명이 납득가지 않는다며 "수년에 걸쳐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중대 부패범죄 사건에서, 직접 공소유지를 담당해 온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합리적 설명 없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들의 교육과 지도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교수 일동도 '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통해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진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를 포함해 방지형 전 대검 디엔에이·화학분석과장, 김지연 전 성남지검 수원지청 부부장검사 등이 있다.
앞서 노 대행은 전날(9일) 공지를 통해 "대장동 사건은 통상의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대검 수뇌부가 법무부의 의견을 듣고 불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은 물론 검찰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노 대행 등 대검 수뇌부의 사퇴 요구도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 보고를 받았을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사건 관련해 원론적 말씀을 드리면 성공한 수사·재판이라고 생각한다"며 "법리적 해석 차이는 약간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사 결과에 법원은 제대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 표명 직후 일선 지청장들까지 거듭 검찰 지휘부의 설명을 촉구하면서 논란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검찰 간부들의 집단 움직임에 더해 일선 검사들도 반발하는 양상이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실무책임자인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는 전날(9일) 오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적어도 대검이 중앙지검과 판단이 다르다면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며 왜 그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어 적어도 중앙지검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같은 날 이프로스에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며 입장을 개진했다.
김 검사는 "1심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 관련 대법원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면서 유사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항소 포기로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는 수천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한 쟁점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잃었다"고 썼다.
검찰은 1심에서 대장동 민간업자가 7886억 원의 불법 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473억 원만을 추징했다. 정확한 액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일선에서 지휘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1심 판결 항소 필요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천문학적 금액의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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