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尹, 국무위원 머릿수 채워지자 계엄 선포…돌아와선 '별 거 아냐'"

한덕수 공판에 증인 출석…"오영주 도착 후 2~3분 만에 통보"
법정서 눈물…"머릿수 채우기 위해 불려가 …동원됐다 생각"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5.1.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냐. 아무것도 아냐"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대접견실로 돌아와 "막상 해보면 별거 아냐. 아무것도 아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마실 것 좀 갖고 와라"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본인이 가셔야 할 일정들, 행사 이런 것을 총리님께 대신 가달라는 말씀하셨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특검 측이 '당분간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맞나.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나'라고 묻자, 송 장관은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9시 17분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전화를 받고 대통령실로 들어가던 중 한 전 총리의 전화를 받고 "좀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느냐"는 말을 서너차례 들었다고 한다.

대접견실에 도착한 송 장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고, 이 전 장관은 '계엄'이라고 두 글자를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오영주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도착한 지 2분 만에 대접견실 밖으로 나갔다. 오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의 마지막 참석자다.

이후 강 전 실장이 전달한 계엄 선포문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나눠줬고,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바로 대접견실을 나갔다.

오 전 장관이 도착한 후 윤 전 대통령이 나가기까지 계엄 주무장관인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거나,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다른 위원들의 말을 들어보라는 취지의 말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송 장관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법정에서 울먹이기도 했다. 송 장관은 "일단 저런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 국민들께 너무 송구하다"며 "2~3분 동안 대통령이 오셔서 회의가 아니고 통보에 가깝게 말씀하시고 나가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해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무력하고 무능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며 "결과적으로는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오게 됐으니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