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재판·7800억 추징금…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커지는 이유

민간업자 특경 배임·이해충돌 무죄 사실상 확정…李 사건 영향 불가피
檢서 주장한 '범죄 수익 7814억' 추징도 난망…1심서는 473억만 인정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공동취재)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이른바 '대장동 민간업자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도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별도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고, 민간업자들에게 더 높은 추징금을 환수할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한 항소 기한은 지난 8일 오전 0시였으나, 검찰은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은 항소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법무부 내부에서도 동일한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론난 것으로 전해졌다.

檢 주장 '범죄 수익 7814억' 환수 불가능…1심선 473억 인정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거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428억 원 뇌물 약속 등 혐의를 다시 다투는 건 어려워졌다. 형사소송법 제368조에서 피고인의 상소(항소·상고)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에서 김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 씨에 징역 12년, 유 전 본부장에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 김 씨는 이보다 낮은 형량이, 유 전 본부장에게는 더 중한 형이 선고됐다.

검찰이 주장했던 추징금 환수 규모도 대폭 줄었다. 검찰은 당초 민간업자들이 성남도개공 비밀을 이용해 총 7886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이 가운데 7814억 원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면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의 범죄수익 산정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역시 "서판교터널 개설 정보 등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일부는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1심이 판단한 추징금은 업무상 배임 범죄 수익과 이들이 주고받은 뇌물 등으로만 결정돼 김 씨 428억 원, 유 전 본부장에게 8억1000만 원, 정민용 변호사에게 37억2200만 원으로 총 473억여 원에 그쳤다.

특히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경우 검찰이 구형 당시 주장했던 각각 1010억 원, 646억 원을 전액 환수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민간업자 특경법 배임·이해충돌 무죄 사실상 확정…李 대통령 사건 영향은

법조계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의 영향이 민간업자들 선에서만 그치는 문제가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 최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건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재판은 헌법 제84조 불소추 특권이 적용돼 이 대통령에 대해선 중단됐고, 정 전 실장에 대해서만 진행 중이다.

민간업자들의 무죄가 사실상 확정된 특경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에게 적용된 혐의와 동일하다.

이 중에서도 정 전 실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428억 원의 수익을 약정받고 뇌물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 적용됐는데, 유 전 본부장 사건 1심은 유사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당시 1심은 유 전 본부장이 김 씨에게 뇌물 5억 원을 받은 뒤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428억 원 지급을 약속받았다는 뇌물 혐의에 관해선 사실관계를 인정하되, 배임죄에 흡수된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영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고법 판사는 "검찰이 손해액 입증 구조를 스스로 축소한 셈이어서 불리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범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공범에게도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재판부인 만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