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장동 항소 금지'…법무검찰 지휘부·수사팀 충돌, 파장 어디까지

항소심, 1심보다 무거운 형 선고 불가…범죄수익 추징 규모 대폭 줄 듯
수사팀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당 지시" 반발…중앙지검장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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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민간업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팀이 검찰 수뇌부의 '항소 금지' 지시로 항소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 형량보다 무겁게 선고할 수 없게 됐고, 검찰이 판단한 수천억 원대 배임액 환수도 불가능하게 됐다.

나아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은 항소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법무부 장·차관이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 표명을 하는 등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에 대한 항소장을 마감 시한인 전날(7일)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피고인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서 김 씨에 징역 12년, 유 전 본부장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법원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형사소송법 368조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은 피고인의 상소(항소·상고)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처럼 정한다.

대장동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추징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간업자가 성남도개공의 비밀을 이용해 총 7886억 원의 부당이득을 거뒀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473억 3200만 원만 추징했다.

검찰이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된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고 수사팀이 이에 "부당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이날 새벽 "8일 오후 무렵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고, 급기야 어떤 설명이나 공식 지시 없이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검은 당초 항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법무부 보고 과정에서 판단이 번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일부 피고인은 구형량이 넘는 형량이 선고됐고 1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후 대검도 중앙지검에 항소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수사팀 성명에도 "공식 입장이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맡은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대검 내부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 했고, (법무부) 검찰과에서 장관에게 항소 필요성을 보고하였으나 장관과 차관은 이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썼다.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항소 포기 하루만인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지검장은 당초 항소를 승인했지만 대검 결재가 나지 않자 포기 방침을 전달했다.

정 지검장의 사의에 따라 항소 포기 지휘·수사라인에 있는 검찰 간부와 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항소를 포기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항소 포기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한테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