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동안 지쳤다"…5·18 성폭력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시작

국가 상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7일 시작…"오랜 침묵 후 진상규명"
피해자 측 "피해 예상됐음에도 규율 안 해"…국가 측 "소멸시효 완성"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및 가족 17인은 이날 법원에서 45년 만에 국가를 상대로 첫 재판에 나선다. 2025.1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피해자 측은 비상계엄 기간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국가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가 측은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7일 피해자와 그 가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2023년 12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한 '진상규명' 결정을 내린 후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12일 국가를 상대로 40억여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측은 "2018년부터 진술하기 시작해 피해가 인정됐고, 헌정 파괴 범죄 중 계엄군에 의한 강간, 강제추행으로 도시 진압, 구금 등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비상계엄 동안 이런 일이 있을 것이 예정됐음에도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해 오래 침묵한 이후 어렵게 국가기관이 진상을 규명한 사건인 만큼 충분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 측은 "국가배상법 8조 1항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맞섰다. 소멸시효가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 시점인 1980년 5월부터 가산됐다는 취지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아울러 일부 피해자들에겐 5·18민주화운동 피해 관련 보상금이 이미 지급됐고, 사실관계 인정 여부에 대해선 진상규명 조사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다시 밝히겠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진상규명이 이뤄진 지 3년이 지나지 않았고, 5·18보상법으로 연행 또는 구금에 대해 보상금은 받았지만, 성폭행 관련으로 보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 앉은 한 피해자는 재판 말미에 "45년 동안 너무 지쳤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재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진상규명 결정으로부터 3년을 센다는 것은 대법원 판례인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는다"며 원래 (국가 측이) 사실관계는 다 인정한다는 취지였는데 오늘은 법정에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유보적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1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