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우크라이나 대사 "원희룡 만나기 전부터 폴란드 포럼 계획"(종합)

이양구 전 대사, 삼부토건 재판서 "2022년 11월부터 기획"
지난 7월 JTBC 보도에선 "2023년 3월 장관 만나고 나서 계획"

이일준 전 삼부토건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재판에 출석해 삼부토건이 참석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기 이전인 2022년 말부터 기획했다고 증언했다.

포럼의 전반적인 기획 업무를 담당했었던 이 전 대사는 지난 7월 한 언론 보도에선 포럼을 계획한 것은 원 장관을 만난 2023년 3월5일 이후라고 밝힌 바 있는데,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특검은 해당 포럼이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삼부토건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대사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열린 이일준 전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전 부회장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대사는 "폴란드 포럼 기획을 한 것은 원 장관을 만난 뒤가 아니다"라며 "포럼 기획은 2022년 11월부터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을 처음 볼 때는) 포럼에 참여하라, 말라 분위기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성과 대한민국의 대응 중요성을 원론 차원에서 말했고, 이후 장관과 보좌관 몇 사람 만나서 포럼과 관련해 말씀드렸다"고 했다.

다만 원 장관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일 출장이 예정돼 있던 원 장관의 일정을 고려, 참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지난 7월 JTBC 보도에서 "원 장관님하고 정확히 본 거는 2023년 3월 5일이야. (폴란드) 현지 포럼 계획한 거는 이제 원 장관님을 만나고 나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사는 삼부토건이 포럼에 참석한 사실은 알지 못했고, 삼부토건이 업무협약(MOU)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추후 양용호 유라시아경제인협회장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또 2022년 6월께 황우여 당시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 이사장으로부터 삼부토건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인 맥락에서가 아닌, 기업들이 MOU를 활용해 주가 조작할 수 있다는 통상적인 차원에서 주의를 준 것이라고 했다.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이후 삼부토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해당 포럼은 유라시아경제인협회라는 비영리단체가 열었는데, 원 장관도 참석했다.

이 포럼에 삼부토건도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MOU를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상승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같은 해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면서 삼부토건의 주가는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1000원대였던 주가가 5500원까지 급등했다.

삼부토건 이 회장과 이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 이 전 부회장 등이 이 과정에서 369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