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어떤 기준으로 기소했나"…패스트트랙 재판서 검찰에 설명 요구

법원, 사건 6년 만의 재판 종결 앞두고 검찰에 설명 요청
검찰 출신은 모두 불기소…재판부 "형평성 문제 생각해봐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 위해 입구를 막고 있다. 2019.4.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2019년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충돌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재판을 심리 중인 법원이 검찰의 기소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의원 중 일부만 기소가 됐는데, 정작 민주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는 빠진 점 등에 대해 검찰의 의견을 요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곤)는 3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의원, 이종걸·표창원·김병욱 전 의원과 보좌관 및 당직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이같은 취지로 석명을 요청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해 석명을 구할 수 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어떤 기준으로 기소와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정작 기소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수뇌부가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당직자나 가담 정도가 경미해 보이는 의원까지 법정에 나와 몇년간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의원은 기소를 피했다'는 주장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검찰 출신 의원들은 다 불기소됐다"며 "이게 맞다면 어떤 기준으로 기소 대상자를 선정했고 형평성 문제는 없었는지 이제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고발한 민주당 의원은 박범계·백혜련·송기헌·이종걸·강병원·표창원·김병기·이철희·홍익표·박주민·박찬대·박홍근·우원식·이재정 의원이다. 이 중 검찰 출신인 백혜련·송기헌 의원은 기소를 피했다.

또 법원은 검찰이 공동폭행과 상해 혐의를 동시에 적용한 것에 대해 법리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동일한 행위로 상해와 폭행은 동시에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양립할 수 없는 죄에 대해서 기소가 이뤄져 검찰이 이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의견서를 작성할 때 이 부분을 참고해달라"고 설명했다.

향후 재판 일정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번 기일과 다음 기일(11일 28일)을 진행한 뒤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피고인들의 출석을 당부했다.

2019년 4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해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서는 지난 9월 구형이 이뤄지고, 오는 11월 20일 선고가 예정됐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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