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의혹' 수사 외압이냐, 정당한 지시냐…법조계 설왕설래

검찰청법상 수사 검사는 상급자 지휘·감독 준수 의무
엄희준 지시 위법·부당했는지 여부…진실 규명 '관건'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2025.10.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최근 불거진 검찰의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담당 검사와 지휘부 간 진실 공방이 뜨거운 감자다. 대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한 데 이어 법무부가 직접 나서 진상 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추진을 결정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위법 부당한 수사 외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적극 공감하면서도 검찰청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수사 지휘부 지시나 감독을 무조건 외압이나 수사 방해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쿠팡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를 결정한 데 대해 지휘부의 정당한 지시와 수사 외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4월 쿠팡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해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부천지청장이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등 지휘부가 핵심 압수수색 증거를 누락한 보고서를 쓰고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엄 검사는 불기소를 강행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을 제기한 문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불기소 처분에 동의하지 않으며 충분히 기소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따라 대검 보고용 보고서에 핵심 압수수색 결과를 빼라는 지시가 있었고 누락된 상태로 대검에 보고돼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검사는 자신을 수사에서 배제한 채 수사를 무마하고(직권남용) 핵심 압수수색 증거를 누락한 상태로 대검 보고서를 작성한(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엄 검사 등 지휘부에 대해 대검에 감찰을 의뢰했다.

반면 엄 검사는 "해당 쿠팡 근로자는 일용직으로 쿠팡이 '형사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민사적 채무 불이행을 퇴직급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문 부장검사를 무고 혐의로 대검에 감찰을 요청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쿠팡 의혹에 대해 상설특검 수사를 결정하며 "국민께서 의심을 갖는 해당 사건에 대한 외압의 실체, 특히 상부에서 사건을 왜곡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와 지시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휘부였던 엄 검사 등이 문 부장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지시한 것만 가지고는 외압으로 볼 수 없으며, 해당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청법 7조 1항에 따르면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는 공식적인 지휘·결재라인에 수사 진행 과정을 보고해야 한다. 지휘부는 오류나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고 법리 검토를 거쳐 종합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

다만, 7조 2항은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검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의 역사에 외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당한 지시를 외압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외압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는 지시의 정당성을 살펴봐야지 외압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섣불리 (외압으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부장검사급 대검 관계자 역시 "개인적으로 외압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외압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시와 외압을 혼동하지 않았는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통 출신 부장검사는 "과거에는 어떤 형태로든 외압이 있었는데 시대가 변했다"며 "최근에는 봐주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수사 외압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