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구형 김범수 무죄 이유 "진실왜곡"…법원, 檢 별건수사 공개비판
'이준호 前부문장 진술' 공소사실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 증거였지만
"'별건' 압박에 진술 바꾸고 이 건 기소 안돼"…檢 항소 여부 주목
-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 "진실 왜곡" "부당한 결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가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에 대한 선고를 하면서 김 창업자 등을 재판에 넘긴 검찰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에 대한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검찰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 진술이 검찰의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로서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았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김 창업자의 경우 지난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전 부문장은 김 창업자 등 피고인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 의도로 SM엔터 주식의 시세를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인상·고정시킬 목적으로 SM엔터 주식 매수에 관한 공모를 했다고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 중 일부 진술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 전 본부장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 진술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른 이 전 본부장의 진술 또한 중요 부분에 있어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과 상식에 반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며,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도 반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그 지위와 이해관계, 수사 압박, 진술 번복 경위와 그 이유 등에 비추어 허위의 내용을 진술할 동기나 이유도 충분하였다고 보여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날 선고 막바지에 이 전 부문장의 진술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준호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준호는 별건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전 본부장이 별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추가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가 언급한 '별건'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전 본부장이 기소된 건이다. 이 전 본부장은 이 건으로 2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의) 종국적인 목표 지점이 김범수임을 인식하고 검찰에서 그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하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거나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당초 이 전 본부장은 금융감독원과 경찰에서 모두 6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다가 별건 관련 압수수색 이후인 2023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 전 본부장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특이한 점은 카카오에서 한 SM엔터 매수행위 시세조종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행위자로 관련된 카카오엔터에 관해서는 물량 확보 목적이라며 시세조종과 무관하다는 진술을 했다"며 "모순된 진술"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동건과 관계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서 압박하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는 지양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펀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기소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해서만 유죄(징역 3년·집행유예 4년)가 선고되고 김 창업자를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과 법인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창업자에 대해 징역 15년을 비롯해 다른 피고인 6명에 대해 각각 징역 7~12년을 재판부에게 선고해달라고 한 검찰의 구형량과는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재판부의 강도 높은 비판에 향후 검찰이 공소 유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pej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