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판소원' 입법 예고…술렁이는 법조계 '4심제' 논란 재점화

정청래 "재판 역시 공권력" 견제론…법원 '신중론'
국민 기본권 한층 강화 vs 법원 불신·재판 지연 우려

헌법재판소 모습. 2025.4.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유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재판소원' 도입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법조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재판소원은 최종심인 대법원판결에 대해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하는 형태의 헌법소원 심판을 뜻한다. 사실상 '4심제' 도입을 놓고 헌법재판소와 법원 측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재판 지연, 비용 문제 등 문제점도 많아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1일 법조계·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재판소원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기존 헌법재판소법에 모든 국민은 위헌 소송을 할 수 있는데 법원의 판결만 예외로 배제하고 있었다"며 "이것을 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정 대표는 "법원의 재판 역시 사법권의 행사, 공권력의 일종"이라며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기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있다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려 했지만,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당 지도부 안으로 입법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에서는 민주당의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4심제가 도입함에 따라 불필요한 법적 분쟁 등이 초래되며 대법원의 기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재판소원과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의 재판이 되든 4심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4심제가 되다 보면 여러 가지 권리 구제도 지연되고 비용 문제도 생기고 경제적 약자가 과연 제대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적 틀 안에서 재판소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있는 것 같다"며 "종합해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헌법이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재판소원 제도가 헌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헌법재판소 측은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게 돼 국민의 기본권을 한층 더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더욱이 법 해석에 관한 대법원과 헌재의 불일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재판소원 도입 시 4심제에 따른 재판 지연 우려'에 대해 "일반 법원과 헌재의 사법권은 성격이 다르다"며 "헌재가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하더라도 특수한 헌법적 문제만 판단하기 때문에 4심제로 단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재판 지연 방지 대책에 대해 손 처장은 "사전 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재판소원 관련 적법 요건 추가를 제안한 바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최종적으로 100~200건 사이로 지금 인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재판소원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절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이 무슨 판결을 하든 헌재가 최종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면 법원의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며 "국민들이 법원을 신뢰할 이유가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심급 기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또한 "일반 국민들의 분쟁은 조기에 확정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재판소원까지 끝나야 확정된다고 하면 (법적 권리 구제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헌재 연구원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입법이나 행정은 헌법적 통제를 받는데 왜 재판은 헌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돼왔다"며 "4심제가 되면 시간이나 비용 부담이 많이 될 거라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하급심의 법률 해석에 위헌성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허용된다면 이를 사전 심사하거나 심리 여부에 대한 연구 인력은 조금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더욱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법원이 위헌적으로 소홀히 판단하는 어떤 재판 내지 판결에 대해 견제·감시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