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상태서 사직서 제출 무효" 주장한 근로자…法 "자진퇴사"
사직서 제출후 철회했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부당해고 주장
법원 "사직서 수리돼 근로관계 종료, 해고 아냐"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근로자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이 모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1989년 입사한 이 씨는 2024년 1월 23일자로 지점 발령을 받았으나 건강상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가, 첫 출근날인 2월13일 20여분 만에 사직서 등을 제출했다. 사직서는 그날 당일 바로 수리가 됐고, 다음 날 결재를 거쳐 3일 만에 당사자에게 퇴직처리 사실을 알려줬다.
이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새벽에 응급실에서 치료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해 휴직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점장이 출근을 독촉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해 극심한 불안 상태,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와 회사의 근로관계는 사직 의사가 수리됨으로써 종료된 것"이라며 "회사가 이 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작성한 사직원에 기재한 개인 사정과 신청자 부분에 소속, 개인번호, 직, 성명을 자필로 작성했고 비밀유지 서약서와 무사고 확인서도 자필로 작성했다"고 했다.
이어 "이 씨 주장과 같이 사직원 제출로부터 3시간 정도 지난 무렵 지점장에게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고 했고, 본점 임원들이 회의 결과 사직 의사 철회에 동의했다면 가장 먼저 인사 담당자에게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고 알리거나 확인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사직서 수리 당일과 다음 날 본사 인사 담당자와의 통화나 메신저 대화 등에서는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는 사실이나 사정을 알 수 있는 어떤 점도 확인되지 않고, 진단서 및 실업급여에 관한 내용을 보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직 의사 표시가 본의가 아닌 것을 회사가 알았기 때문에 사직서 제출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떠한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 증명 책임은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며 "이 씨가 사직원 제출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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