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어긴 경찰…병역기피 아이돌 황당한 '무죄' [사건의재구성]

다른 사건 수사 중 확보한 녹취 범행 인지…뒤늦게 영장 청구
자백, 의료자문도 받았지만…법원 "증거능력 인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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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병역 기피 혐의를 받는 아이돌 출신 30대 남성이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경찰의 수사절차 미흡으로 결국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창원지법 형사7단독 이현주 판사는 병역법 위반,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병역 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으나 같은 그룹 멤버가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4급 판정을 받게 되자 모친 B 씨 등과 공모해 허위 진료기록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B 씨에게 '아는 의사가 있느냐, 기왕이면 잘 써주는 의사에게 가야 한다'고 말하며 허위 진료기록을 부탁했다. 병원에 환자를 소개하는 일을 해 오던 B 씨는 지인인 간호사 C 씨에게 진료기록 발급을 부탁했고 C 씨는 근무하던 병원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허위 진료기록을 생성했다.

A 씨의 범행은 모친 B 씨가 환자 알선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2022년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B 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병역 면탈을 의심할 수 있는 모자간 통화 녹음 파일이 발견됐다.

이처럼 최초 수사(보험사기 사건)와 무관한 새로운 범죄 정황을 발견했을 경우 수사기관은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A 씨 사건에서 경찰은 영장 없이 수사를 이어갔다. 실제로 2022년 9월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2023년 3월 병역법 위반 내사에 착수하면서 한 달이 지난 4월에야 별도의 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통화 녹음 파일은 범행의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된 중요한 증거"라며 "수사기관이 이를 우연히 발견하였음에도 더 이상의 탐색을 중단하지 않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의 적법한 절차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범위를 넘어 전자정보를 탐색했고 피압수자인 B 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절차 위반이 있었다며 녹취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기관이 제출한 자백 진술, 의료자문 결과, 병역 판정 근거자료 등 역시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 파일을 기초로 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휴대전화 전자정보 증거와 이를 기초로 수집된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병역기피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났음에도 A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병역법 위반,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더해 사문서위조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받았던 B 씨와 C 씨도 모두 무죄가 됐고 검찰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7월 19일 형이 확정됐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