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배임죄 폐지 가닥…李대통령 등 진행 중 수사·재판 영향 불가피

김건희 특검, 다수 피의자에 배임죄 적용…李 재판도 영향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근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실제 폐지로 이어질 경우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재판이 중지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경우 면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하며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포함해 사업주에 대한 형벌 규정 완화 방침을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당시 "빠른 시일 내에 배임죄 폐지와 관련한 입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검찰에서는 기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배임죄 적용을 매우 신중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배임죄는 크게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기업을 수사할 때 주로 적용하는 형법상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3자가 이익을 얻게 해 임무를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면 성립하는 범죄다.

회사 대표나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다른 데 쓰거나 제3자에게 물건을 헐값으로 넘겨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영상의 판단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또 배임죄는 모호하게 해석·적용될 여지가 있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횡령·배임 무죄율은 전체 형사사건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배임죄 폐지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현재 특검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김 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도록 용역업체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에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각종 투자를 부당하게 받았다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조영탁 IMS모빌리티, 민경민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 모 씨 등 다수 피의자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진행 중인 재판의 경우 이 대통령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백현동 사건은 재판부가 면소 판결을 내리거나 검찰이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면소는 범죄 후에 법령이 바뀌어 형이 폐지되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이 사라졌을 때 소송을 종결하는 판결이다.

이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 특혜채용 의혹으로 기소된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등의 재판도 배임죄 폐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