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안 좋다' 같지만…수사·재판 다른 전략 펴는 尹부부, 왜?
홀쭉해진 尹, 7월 재구속 이후 보석 심문 선택적 출석…"최소 무기징역"
金, 포토라인 '사과' 이어 특검 소환·재판에도 출석…"다툴 혐의 많아"
-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수사·재판 대응에 있어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모두 건강이 안 좋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 소환은 물론 재판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윤 전 대통령과 달리 김건희 여사는 특검 수사와 재판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들이 받는 혐의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응 방식이 다른 것으로 보는 가운데 형사 피고인은 재판 등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재구속 뒤 두 달 넘게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관련 첫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두 달 만에 공개 석상에 선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와는 달리 살이 많이 빠지고 흰머리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석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보석 심문도 함께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보석 심문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18분간 직접 발언했다.
그는 "구속 이후에 1.8평 방 안에서 서바이브(생존)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건강 상태를 전했고, 특검 수사에 대해선 "200명 검사가 오만 가지를 가지고 기소하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 재판을 알아서 진행하고 차라리 처벌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출석 이후 현기증과 구토 증세가 이어져 재판 출석 등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세 가지 종류의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고 실명 위험성이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에 대해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는 물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13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주가 조작·통일교 뇌물 공천 개입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도 지난달 24일 모습을 드러냈다. 역대 영부인 중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으며, 김 여사는 인적 사항을 묻는 말 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변호인과 가끔 이야기를 나누거나 허공을 바라봤다.
김 여사는 이후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지난달 25일 소환에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6일 특검 출석 길에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기도 했다.
김 여사도 윤 전 대통령처럼 건강이 안 좋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극심한 저혈압으로 인해 구치소 내 진료로는 한계가 있어 외부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변호인 측은 전했다.
김 여사는 전날(4일) 유정화 변호사를 통해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 편지와 응원이 아니었다면 이 긴 어두운 터널에서 버티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추석 행복하게 잘 보내시라. 여러분들을 위해 저도 늘 기도하겠다"고 추석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두 사람의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은 혐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경우 최소 무기징역으로, 현재 상황에서 굳이 나가서 재판에 협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재판 장기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면 김 여사의 경우 현재 기소된 혐의가 배임, 횡령 등 법정형 자체가 낮아 다툴 필요가 있는 혐의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수사·재판 전략이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불출석의) 목적 여부를 떠나 형사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있다"며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윤 전 대통령이 충실하게 법원에 출석해 재판에 임하는 것이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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