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제3자 개인정보 담긴 증거 제출은 위법?…대법 판단은
1·2심 "변호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 누설하면 안되는 의무 부담"
대법 "소송행위 일환…민감정보 없는 자료 법원 제출한 건 정당행위"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변호사가 자신이 대리하는 사건의 재판에서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자료를 동의 없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더라도 이는 정당행위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전 모 씨가 이 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에 환송했다.
이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된 A 씨와 B 씨 사이 민사 분쟁 사건에서 B 씨를 대리하면서 전 씨와 C 씨가 맺은 계약서 사진을 확보했다. 이 계약서에는 '전 씨는 C 씨에게 소송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C 씨가 수수하는 피해보상금 50%를 지급받는다'는 내용으로 전 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이 변호사는 "A 씨의 주장은 변호사 자격 없이 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브로커 전 씨에 의해 왜곡된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이 계약서 사진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전 씨는 "이런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담긴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위법하다며 B 씨와 이 변호사를 상대로 4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B 씨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면서도 이 변호사에게는 30만 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사건을 대리했던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 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에 해당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안 될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불법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닌, 소송에서 주장을 입증하고자 제출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1,2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하급심 판단과 달랐다. 대법원은 "이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는 A 씨 주장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자료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 계약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계약서 기재 개인정보는 계약 당사자 특정에 필요한 정보의 범위를 넘지 않고,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공공기관인 법원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전 씨에게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계약서 사진을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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