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력처벌법 신원누설 금지, 수사·재판 중 피해자만 해당"

'과거 교제 상대방 영상 유포' 징역 6년 확정… 인적사항 제공은 무죄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피해자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의 '피해자'는 성범죄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피해자를 의미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과거 B 씨와 교제하면서 촬영해 가지고 있던 B 씨의 나체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등 3년이 넘는 기간 유포하고, 합성 사진을 받아 저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또 B 씨의 인적 사항을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앞서 1, 2심은 A 씨의 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 등 혐의,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상 비밀 준수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데, A 씨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타인에게 제공할 당시 A 씨가 성폭력 범죄 수사가 진행 중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해 A 씨와 검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보호 대상인 피해자는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달리 '모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은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을 공개해야 하고, 이러한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을 공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은 공소사실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 준수 등)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