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녹취로 대법원장 사퇴 요구…법조계 "무리한 사법부 흔들기"
'4자 회동' 유튜브 방송 녹취 진실공방
법조계 "진위 검증 없는 의혹 제기 부적절"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여권이 '4자 회동' 의혹을 제기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의혹 제기의 기반이 된 유튜브 방송에 대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명확한 근거도 없는 유튜브 방송을 들어 정치권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진위에 대해 확인해 본 것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를 처음에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간 강경하게 공세를 이어온 당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앞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를 근거로 조 대법원장이 지난 4월 7일쯤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씨의 어머니인 최은순 씨의 동거남 김충식 씨와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곧바로 처리하겠다는 제보가 녹취로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희대는 진짜 5월 1일 이재명이 대선까지 못 가게 파기환송시켰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특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이 대통령)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한 전 총리 측도 "한 전 총리는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체 없다"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했다.
당사자들이 만남을 부인한 가운데 해당 회동 주장이 담긴 녹취가 인공지능(AI) 목소리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야권은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가 지난 5월 10일 공개하고 서 의원이 같은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재생한 녹취파일이 AI로 생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 제보라는 것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개인의 목소리 또는 변조되거나 AI가 만들어낸 목소리일 뿐 조 대법원장과는 아무런 관련조차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열린공감TV 측은 제보자의 녹취를 확보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방송을 근거로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특검 수사 주장까지 이어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 하나로 사법부 수장에 대한 수사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도 "다른 사람도 아닌 대법원장을 겨냥해 의혹 제기를 했을 때는 반드시 사실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며 "무리한 공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한 서 의원과 부승찬 의원에 대한 법적 조치 및 국정조사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당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정치공작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즉각 형사상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