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韓과 회동설 사실무근' 부인에도 與공세 지속…긴장 고조

여권 "특검 수사 받아라", 현직 판사 "유감 표시하라"
법조계 "판결 내용 문제 삼아 법관 수사는 안돼"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5.9.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제기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법원 내부에서까지 잡음이 나오면서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긴장은 고조되는 모양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전날(17일) 입장을 내고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와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여권에서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직후 조 대법원장과 한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의 모친과 가까운 김충식 씨가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당초 조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불필요한 논란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입장문 발표로 대신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내란특검 수사에 응해 결백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또 다른 방송에 나와 "계엄 문제를 보더라도 이건(조 대법원장 의혹)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의혹을) 검토해서 (수사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특검이다. 본인들(조 대법원장 등)의 명예를 위해서도 '나를 수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저는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떳떳하면 수사받으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대법원판결을 문제 삼았다.

그는 "어떠한 경우라도 법원의 판결이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응분의 우려와 의심을 했다면, 비록 대법원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지라도 그러한 우려와 의심을 해소할 적극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역시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결정은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라며 "이제라도 보통항고해 상급심에서 시정여부를 검토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어 "(여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문제는 피고인의 이의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담당 재판부가 국민의 불신을 고려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발(發) '선출권력 우위 논쟁'과 관련해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공세와 사법부 내부 잡음,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가세까지 이어진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법조인은 "정치권이 정국을 리드할 동력으로 사법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이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직 부장판사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서로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사법부가 통제받아야 할 부분은 사법행정 부분이지 판결의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 내용을 문제 삼아 법관에 대한 특검 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권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등 다수의 내란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 법관 1명을 오는 20일 자로 추가 배치하는 등 신속 재판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