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도 거든 '사퇴' 압박…조희대 대법원장 대응 주목
여권발 사퇴 요구 봇물…대통령실 "사퇴 공감"→"입장 없다" 번복
이재명 상고심 이후 넉 달만…"이미 내려왔어야" vs "흔들기 그만"
-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에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재판 독립 보장'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상고심 때 이미 내려왔어야 했다는 의견과 함께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1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여권 수뇌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추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사법개혁 안에 대해 법원이 우려를 표한 것을 두고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자신의 인사권은 재판의 중립성·객관성을 담보할 만큼 행사되고 있느냐. 국민이 힘들게 민주 헌정을 회복해 놓으니 숟가락 얹듯이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조 대법원장이 지난 12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법관 여러분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던 데 대해 직격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 의원을 시작으로 민주당 지도부도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 원장은 반(反)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 됐다.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조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이 상황은) 조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대통령실은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당초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곧바로 '오보', '오독'이라고 반박하면서 "(조 대법원장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사퇴)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아직까지 조 대법원장은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조 대법원에 대한 여권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입장은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대법원 안팎에선 조 대법원장이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선 '할 말을 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주도로 논의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자 이튿날 '재판 독립 보장'과 '공론화'를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당일 출근길에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대해선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밝혔었다.
조 대법원장은 다만 "최근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완하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임시회의에서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 등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란 의견과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란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미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했을 때 사퇴했어야 했다"며 "조 원장이 스스로 대법원의 권위를 훼손했고, 그 때문에 민주당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탄핵 사유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다. 조 원장이 뚜렷한 불법을 저질렀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탄핵 소추도 못하는 것 아닌가. 정치 논리가 법치주의를 혼란스럽게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dakb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