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6년 옥살이' 재일동포 故 최창일씨 유족 형사보상

지난해 재심서 무죄 확정…아내와 아들, 딸에게 보상금 지급 결정
불법 구금·조사 사실인정…法 "사법부 일원으로 깊이 사과"

박정희 정부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고 최창일 씨의 딸 최지자(나카가와 도모코) 씨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박정희 정부 당시 간첩 누명을 쓰고 불법 구금돼 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 고(故) 최창일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10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4-1부(고법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형사보상 청구인인 최 씨의 아내 김 모 씨에게 3억8386만여 원, 아들과 딸에게는 각 2억5590만여 원을 보상하고 딸에게는 비용 보상으로 548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형사 재판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거나 재판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사람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재일동포인 최 씨는 1967년 10월부터 직장이었던 함태탄광 서울 본사 근무 등을 위해 국내를 왕래하다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73년 5월 육군 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보안사는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최 씨를 영장 없이 69일 동안 불법으로 가두면서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를 진행했다.

결국 최 씨는 1974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때까지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최 씨는 1998년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뒤늦게 아버지의 사건을 알게 된 딸 최지자(나카가와 도모코) 씨가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최 씨의 재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최 씨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이 최 씨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료의 의미를 갖길 바란다"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14일 검찰이 상고한 최 씨 재심 사건을 기각하면서 무죄를 확정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