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0일] 검찰개혁 속도전… 2라운드 '디테일' 조율 과제
'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 개혁 청사진 윤곽…중수청 행안부 유력
보완수사권·검찰청 명칭·수사권 중복 과제 산적…李 '속도조절' 주문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의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수사·기소 분리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이달 내 입법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관심을 모았던 중수청의 관할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다만 각 기관별로 수사와 기소를 어떤 방식으로 맡고,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이견이 커 추가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 대통령도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달라'며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 이후부터 검찰개혁 속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인수위원회 격으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검찰청 업무보고에 수사·기소 분리 방안이 없자 한 차례 반려한 뒤 두 번째 보고도 취소했다. 이에 '검찰 길들이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는 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다수 검사장의 사표를 받은 데 이어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임은정 당시 부장검사를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으로 승진 기용했다.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는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더욱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국정위도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검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새로 취임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추석 전 검찰개혁 완료' 방침을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는 등 힘을 보탰다.
한 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는 동시에 중수청을 법무부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정간 이견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 대통령이 주재한 회동을 통해 당·정·대는 중수청 신설안이 담긴 정부조직법의 이달 말 처리에 합의했다.
여권의 검찰개혁안은 검찰청을 폐지해 공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수사는 신설하는 중수청과 경찰이 나눠맡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검찰 형사부의 일반 사건을 수사한다면 중수청은 금융·반부패 등 특수수사 영역을 맡는 구조다.
이같은 총론에 이견은 없지만 중수청을 경찰이 소속된 행정안전부 산하에 둘 지, 검찰청(공소청)과 같이 법무부에 둘 지 등 각론에서 의견이 갈렸다.
법무부는 개혁 초기 단계인 만큼 중수청을 산하에 둬야 검찰의 인지 수사 인력과 역량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본다. 중수청과 공소청이 수사·기소를 각각 맡아야 상호 견제와 발전이 가능하다고도 주장한다.
한 법조인은 "검찰에서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인력들이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로 굳이 가겠느냐"며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 되는 셈인데 큰 인센티브가 없는 한 굳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검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법무부가 사건 처리 주도권을 갖게돼 사실상 수사 지휘권을 갖게 된다고도 본다.
윤동호 국민대 교수는 지난 4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검사가 중수청과 수사 기능만 없어진 검찰청을 모두 장악했다가 훗날 통합해 검찰청을 복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이나 중수청 중 어디에 것인지, 또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참고만 해도 되는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겨 둘지도 쟁점 중 하나다.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기소 전담 기관이 보완수사 지시를 통해 사실상 경찰 수사를 지휘하게 되는 만큼 현 체제와 다를 바 없다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이와 달리 법무부는 보완수사는 동일한 범죄 혐의에 대한 권한일 뿐 수사 개시 또는 지휘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기소 여부와 공소 유지 적절성을 위한 수사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는 취지다.
검찰개혁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던 검찰도 보완수사권 폐지에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부산·고지검을 방문해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청 명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게 헌법에 적합한 지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정한 헌법 89조에 따라 검찰을 헌법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가 논쟁 대상이다.
민주당은 법률로 공소청법에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규정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헌법학계에서는 "법률로 헌법 규정을 바꿀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이같은 세부 개혁안을 두고 당정간 불협화음이 지속되면서 중수청 신설안이 담긴 정부조직법을 우선 처리하고 보완수사권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당정은 7일 중수청 소관 부처에 대한 최종 협의를 거쳐 최종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이후 보완수사권과 검찰청 명칭 변경, 수사기관 신설에 따른 수사권 배분과 수사 지연 문제 등 형사사법체계의 디테일한 개편은 장기 논의 과제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공소청 출범 시기를 1년 정도 유예한 다음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정이 1차 개혁안인 검찰청 폐지·중수청 신설부터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만큼 2차 각론 마련에서는 험난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권 내에서도 수사·기소 분리 중심의 검찰개혁 필요성에 이견은 없지만 국가수사위원회와 같은 수사 총괄기구를 신설해 정부 산하 기관으로 두는 데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국가수사위 신설은 보류되는 분위기다.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자 이 대통령은 '공론화'를 강조하며 이견 조율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세부적인 이견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책과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혁 당위성에 치중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ausu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