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12억원어치 판 의사 2심서 감형

일부 증거 위법 인정돼 징역 6년→4년…추징금도 감액
'보석'이었다 다시 법정 구속…法 "도주 우려"

서울법원종합청사 ⓒ 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12억 원어치를 불법 판매해 온 의사가 2심에서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3부(부장판사 정혜원 최보원 류창성)는 4일 오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등 혐의를 받는 문 모 씨(55)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문 씨에게 약 9억8400여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가 위법 수집된 점을 인정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범죄 사실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면서 피고인 병원의 폐쇄회로(CC)TV 하드가 압수됐다"며 "날짜에 한정된 자료만 압수돼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그 외 자료를 추가로 탐색하면서 다른 자료가 있는 걸 알았으면 탐색을 중단하고 다시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추가 탐색은 적법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CCTV 영상을 기본으로 해서 간호조무사와 환자들에게 작성된 별지를 보여주며 수사를 해 투약자와 피투약자, 투약일시를 특정한 부분도 2차 증거로 인과 관계가 유지돼 위법한 증거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 씨의 에토미데이트 불법 투약 행위가 질병 치료·예방 목적이 없는 판매행위라고 지적하고, 문 씨가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에토미데이트를 환자들에게 투약하게 한 점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봤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났던 문 씨는 도주 우려가 인정돼 다시 법정 구속됐다.

문 씨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071회에 걸쳐 프로포폴 중독자 75명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총 12억 원을 받고 의원 소속 간호조무사에게 투약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에토미데이트는 전신마취제의 하나로, 프로포폴 효능과 용법이 유사해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지만 국내에선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문 씨는 2023년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가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홍 모 씨에게도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14일 문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2억5400만여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고 간호조무사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하게 하거나 기본적인 문진도 없이 판매했다"며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범죄수익이 12억5410만 원에 이르는 점, 공범에게 경찰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하라고 시키거나 휴대전화를 두세 번 초기화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