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인정 못받은 국무위원 '내란 방조'…특검, 속도조절 '고심'

특검 "국무회의 소집 건의→비상계엄 선포 방조"…법원 "다툼 여지"
특검, 사실관계 아닌 평가 영역 판단…영장 재청구·불구속기소 검토할 듯

서울고등검찰청. 2025.7.1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내란 방조' 혐의를 적용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정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견제·통제해야 한다는 특검팀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국무회의 소집을 주도한 한 전 총리의 신병을 확보해 다른 국무위원 수사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구상에 속도조절이 예상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이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죄명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평가 문제라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추후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고, 개의에 필요한 정족수만을 채운 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한 사실은 유효하다는 취지다.

법원은 지난 27일 한 전 총리 영장을 기각하며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한 전 총리에게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의 적정성보다는 국무회의 소집 건의 등 행위를 '내란 공모'로 볼지, '내란 가담'으로 볼지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동조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다수 국무위원을 통해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셈이 됐다.

박 특검보는 "똑같이 소집 건의를 했다고 해도 건의를 위한 건의였는지, 외피를 작출하기 위한 건의였는지 이런 것도 (법원의) 평가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팀은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인정됐다고 보며 이를 토대로 한 전 총리 혐의를 보강하는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행위의 법적 평가가 거론된 만큼 사실관계 추가 소집보다는 계엄 과정에서 국무총리 역할에 대한 추가 증거와 문헌, 진술 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계엄 선포 권한이 있고 헌법을 위배해 단전·단수 의혹 등을 지시해 '내란 공범'으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달리 한 전 총리는 실행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총리로서 '역할'이 혐의 입증의 열쇠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특검팀은 구속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추후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앞서 파악하지 않은 추가 사실을 입증해 영장 재청구 또는 불구속기소 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폐쇄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는 관련 혐의가 적시되지 않았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한 전 총리의 방조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대통령실에 먼저 소집돼 계엄 선포 계획을 전달받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도 속도조절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내란 주범으로 지목한 윤 전 대통령의 공범이라는 취지로 압수물 분석을 거쳐 박 전 장관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추가 수사와 관련 "내란이나 외환 관련 대상자는 행위 태양이 다르고 그에 따른 법률 적용도 다르다"며 "향후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며 수사 차질도 없을 거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