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총리' 한덕수, 헌정사 첫 구속 前총리 불명예 피했다
'엘리트' 경제 관료 대명사…정권 상관없이 중용, 尹 정부서 2회차 총리
내란 방조 피의자로 구속 위기 놓였지만…영장 기각으로 한숨 돌려
- 정재민 기자,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박혜연 기자 = 엘리트 경제관료부터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대통령 후보까지 승승장구하며 이른바 '관운의 사나이', '직업이 총리' 등 각종 타이틀을 가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76)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구속 직전까지 몰렸지만 위기를 모면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약 3시간 25분간 진행한 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헌정사상 처음 구속된 전직 국무총리란 불명예를 피하게 됐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그는 곧장 귀가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 국무회의 부의장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고 봤다.
또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명분을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 가담한 정황이 있고 계엄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한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및 폐기에도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본건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도주의 우려도 인정하지 않았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전 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재학 중인 1970년 8회 행정고시에 합격, 이듬해 서울대 상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한 전 총리는 관세청부터 경제기획원과 상공부(옛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을 거치며 40년 넘는 공직 근무 기간 꼼꼼하고 합리적인 실무 능력을 인정받아 '행정의 달인'으로 꼽혔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2007년 제38대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이듬해 이명박 정부에서도 3년간 주미 대사로서 대미 외교 통상 전문가로 활약하자 정파를 넘나드는 중용에 '눈치 9단'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한 전 총리는 대사 퇴임으로 공직을 떠난 후 한국무역협회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에쓰오일(S-OIL)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48대 국무총리로 취임한 한 전 총리는 여야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탄핵 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 자신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당사자가 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후에는 국무총리를 사퇴하고 정치권에 뛰어들어 무소속 후보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선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단일화 과정 중 당원 투표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결국 대선 후보 자리를 김 전 장관에게 넘겨야 했다.
정권 교체 후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내란 혐의 피의자로 구속 기소되면서 한 전 총리 역시 특검의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구속의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특검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아 재판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팀의 향후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수사, 나아가 국민의힘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방해 의혹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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