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처럼 그림판 문서 위조…수입신고필증 조작한 일당

[사건의재구성] 부산세관 도장 찍힌 군납 엔진 신고필증 위조
절차 줄이려 납품업체와 짜고 범행…대표·직원 징역형 집행유예

기생충 2차 예고편 중 일부 장면(유튜브 채널 'CJ ENM Moive' 갈무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딸깍, 딸깍"

지난 2015년 2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수출입업체 사무실에서 직원 김 모 씨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그의 모니터에는 부산세관 관인이 찍혀 있는 수입신고필증 문서가 띄워져 있었다.

김 씨는 그림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관에서 발급받은 문서에 적힌 수입 부품 모델명을 가리고, 그 위에 새로 수입하는 부품 이름을 자연스럽게 올렸다. 감쪽같은 새 수입신고필증이 금세 완성됐다.

그는 다섯 달 뒤인 7~8월쯤에도 같은 방식으로 그림판으로 부산세관 명의 문서를 위조했다. 해당 모델은 방위사업청에 납품되는 '항공무장 장착장비'에 탑재되는 엔진 등 주요 부품이었다.

A 산업 소속인 김 씨는 당시 대표이사 이 모 씨와 영업부 차장 김 모 씨로부터 순차적으로 지시를 받아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존에 수입하던 엔진이 단종되자 새로운 부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기술변경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위사업체 납품을 지속하기 위해 모델명을 조작했다.

피고인들은 A 산업으로부터 엔진을 납품받아 군납물자와 장비를 만드는 B 회사 전략사업팀 소속 전 모 상무에게 요청받고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조작한 문서는 B 회사로 건너갔고, 담당 직원은 수입신고필증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믿고 국방기술품질원 품질정보시스템에 올렸다.

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주석 판사는 지난 13일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차장 김 씨와 직원 김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군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납물자의 수입 신고필증을 위조·행사해 신용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납품된 엔진이 기존의 엔진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서 범행은 B 측의 요청이나 양해하에 행정적 편의를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국가안보에 관한 위험이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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