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체 통행로 있어도 이용 부적합하면 '주위토지통행권' 인정"

"내 땅 밟지마" 통행 방해에 소송…2심 "대체 통행로 있다" 원고 패
대법 "농작물·장비 운반 어려운 둑길·임야, 통로로 기능 못해" 파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6.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이웃 토지주에 의해 본인 소유의 땅으로 가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대체 통행로가 있더라도 이용이 부적합하다면 '주위 토지 통행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통행 방해 금지, 주위 토지 통행권 확인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주위 토지 통행권은 토지와 공로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2020년 경기 광주의 땅 1041㎡를 사들인 A 씨는 640㎡ 규모의 B 씨의 토지를 통해 자기 땅에 드나들며 수박, 두릅 등을 경작했다.

그러나 B 씨는 2021년 8월 자기 땅에 펜스를 설치해 A 씨가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A 씨는 B 씨의 땅을 거치지 않으면 자기 땅에 도달할 수 없다면서 펜스를 철거하고 통행 방해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A 씨는 제때 수확하지 못한 수박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6만4960원을 요구했다.

1심은 일부 토지에 관한 주위 토지 통행권을 인정하면서 B 씨의 통행 방해 금지, 펜스 철거를 명령했다. 금전 지급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 씨의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은 1심 판결 이후 광주시에서 두 사람의 땅 근처에 흐르는 하천 주변에 둑길을 설치한 점, 둑길 끝 지점에서 임야를 통해 A 씨 땅에 갈 수 있는 점 등을 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체 통행로가 있고 이를 이용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둑길과 임야를 A 씨 토지로 가는 통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또 A 씨가 B 씨 땅을 통행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땅을 출입할 수 없거나 출입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위 토지 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다른 토지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주위 땅을 통행하지 않으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이 있어야 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토지 이용에 부적합해 실제 통로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둑길·임야에 관해 "둑길로 땅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임야를 통과해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도 있어 사람은 통행할 수 있더라도 농작물·장비 등을 운반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둑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A 씨 토지까지 임야를 최단 거리로 이동하더라도 76m에 이르고, 소유자가 각기 다른 3개 토지를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